"「지도자」향한 소망 모았죠"|현대판 목민심서『신문고』펴낸 국민은행 검사 역 김세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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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선 주자들에게 부치는「민초」의 작은 바람을 담은 책,『신문고(제7공화국에 올리는 상소문)』가 요즘 화제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 해야 할 일, 우리 사회의 병든 구석 등을 평범하게 그러나 송곳같이 집어낸 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래서는 안되는 데」라는 한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마음껏 활개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언제나 올까요.』김세영씨(56·국민은행 검사 역)는 하소연할 데도 없는 이린 답답한 심정을 메모하다 보니「상소문」이 됐다고 말했다.
80여 항목의 상소문은 금융 등 경제분야는 물론 정치·사회·문화·교육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환부들을 꼬집고 김씨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병은 진단을 올바로 해야 치료될 것이라는 지적, 토지공개념과 실명제는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는 대목, 인명은 재차 라며 교통지옥을 성토한 부분 등도 상소 중에 들어 있다. 제목이 신문고지 내용을 보면 현대판 목민심서쯤 된다는 것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의 얘기다.
『은행생활 32년에 돈과 연결되지 않는 세상살이는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속된 말로「있는 사람」「없는 사람」다 만나다 보니 세상살이 스펙트럼을 한 눈에 볼 수 있더 구만요.』
김씨는 다양한 계층의 은행고객들과의 만남을 소재발굴의 주 창구로 삼았다고 밝혔다. 가끔씩 만나는 친구들과의 저녁 술자리, 아직 20대인 세 아들의 젊은 시각도 글쓰는데 도움이 됐다고 그는 덧붙인다. 발언 수위는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을 참조해 조율했다. 2천여 쪽을 족히 넘는 신문스크랩을 관리해 오고 있는데서 김씨의 세상살이에 대한 관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금융 통답게 그는 특히 통계자료를 신경 써 모으고 있다.
대학생데모가 한창이던 80년대 김씨는 아들들에게『앞장서지 않는 선에서 적극(?)참여해 보라』고 권유했을 만큼 개방적인 사람이다. 50대 중반인 그의 글에서 좀처럼「노티」가 나지 않는 것은 그의 이런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은행 축구부 대표선수·부장 등으로도 활약한 바 있는 김씨는『해야 할 말, 해야 할 일은 거칠 것 없이 하는 게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공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서울 서대문지점을 끝으로 12년여의 지점장 생활을 마감한 김씨는 최근 자살한 한 은행지점장을 「불쌍한 사람」이라고 함축했다. 거대한 부조리 구조의 한 희생자라는 뜻이다.
지난해 6월 세태에세이『돈+둔=??』을 첫 작품으로 발표한바 있는 김씨는 퇴근 후 하루 서너 시간쯤 글쓰기에 매달린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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