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종교 기독교「하느님」명칭 놓고 갑론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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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카톨릭이「하느님」, 개신교가「하나님」이란 명칭을 쓰는 것은 단군이래 한국인의 신관에 의한 한국인만의 고유명사인 하느님을 참 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독교가 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최근 한 불교계 민족종교인에 의해 직접소송 형식으로 제기돼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한, 세계인류성도 종」의 정근철 성종(54)은 천주교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 한국기독교 총 연합회 이성택 회장을 비롯한 기독교계 지도자와 성서발행·인쇄인 등 모두 6명을 상대로 지난11일 서울민사지방법원에「하느님명칭도용 및 단군 성조 경칭 침해배제청구소송」을 냈다.
그는 소장에서『여호와를 단군 성조에 대한 고유 경칭인 하느님 혹은 하나님으로 참 칭하거나 그에 근거해 성경서적을 편집·반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 소장에서『하느님신앙이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볼 수 없는 우리민족 고유의 것』임을 거듭 천명한 뒤『그럼에도 기독교인들은 포교 상 이익과 토착화의 실효를 거두기 위해 우리 민족 고래로 경천사상의 대명사이며, 단군 성조의 전인적 경칭이 돼 왔던 하느님 자리에 예수그리스도 내지「엘」여호와를 대입, 참 칭을 감행하고 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는 이어 『하느님칭호가 어느덧 여호와의 대명사가 돼 버리는 바람에 정작 하느님을 받들어 온 우리민족은 그 칭호 부르기를 꺼리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며『이는 우리 민족 신에 대한 신앙의 훼손으로 그 침해 상은 필설로 형언키 어렵다』고 주장.
한편 소송을 당한 천주교·개신교 당사자들은『아직 법원 측의 공식통보를 받지 못해 무어라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면서도 상당히 기막혀 하는 반응들. 한국 기독교 총 연합회 측의 한 관계자는『하늘에 계신 신을 의미하는「하나님」이란 말을 보통명사 아닌 고유명사로 해석해 배타적 독점 권을 주장하고 있는 듯 하나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마디.<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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