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의 접촉 서툴러요”(외국경제인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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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멕시코대사관 참사관 고르타리씨
주한멕시코대사관에서 경제참사관으로 근무하는 알론소 데 고르타리씨는 한국사람들도 멕시코사람들 만큼이나 민족주의자들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며칠전 한국승용차를 사려고 마음먹고 주위의 한국친구들에게 『아무개 차가 어떻냐』고 물었다가 『그 차는 외국업체에서 기술을 받아온 것으로 많이 팔릴수록 외국에 기술료가 많이 나간다』는 얘기를 듣고는 결국 엑셀승용차를 샀지만 한국사람들의 애국심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인들이 일본의 침략을 잊지 않고 일본과의 경쟁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그는 잘 이해하고 있다. 멕시코도 과거 프랑스·미국 등과 전쟁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나 『과거역사를 기억하는 것과 단순이 미워하는 것은 다르고,민족주의는 국민간의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등 장점이 많지만 국수주의나 폐쇄주의와는 구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아직도 외국인과의 접촉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가령 한국식당에 가서 물수건 등을 갖다달라고 종업원에게 영어로 얘기하면 종업원은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간뒤 감감무소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멕시코에서는 종업원이 말을 못알아 들으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되물어 보는데 한국종업원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그런지 그런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영어로 길을 물으면 대부분 응답을 회피해 답답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고르타리씨는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외국과의 교류가 많아진만큼 한국인들도 외국인에게 좀더 적극적으로 대하고 교류폭을 넓혀가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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