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박사 취업난 극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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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해 3백여명 배출 수요는 계속 줄어/미 명문대출신도 대학·연구소 “별따기”
박사 취업난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경제학박사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되어 가고 있다.
학위 소지자들은 해마다 쏟아지는데 이들을 제대로 대접해 줄 마땅한 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지만 요즘은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지 「경제학」 수요마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관계당국과 유학생에 따르면 한해에 배출되는 한국인 경제학박사의 수효는 국내 80여명,국외 2백여명 등 약 3백명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서도 한해 1백50명정도로 「해외유학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학박사들의 취업난은 특히 심각하다.
이들은 『예전 같으면 현지에서 적당한 자리를 구해 놓고 모국 진출을 모색했지만 요즘은 미국경제의 전반적 불황으로 그곳 취업사정마저 여의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턱대고 국내에 들어와 이곳저곳 끈을 대 본 박사들도 있지만 대학·연구소·기업 할 것 없이 냉담한 눈초리만 받기 일쑤다.
사실 경제학박사들은 지난 70년대이후 한국경제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맡아왔다. 부총리만 해도 남덕우·이승윤·김만제·나웅배·조순씨 등에다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던 청와대경제수석도 상당수가 미국 경제학박사들이었다. 그러나 외국유명대학 박사출신들조차 변변한 국내대학자리 하나 잡기가 어렵게 된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어렵기로 따를 곳이 없는 미 하바드대 경제학박사과정을 통과한 한국학생은 올들어서만 S씨(31) 등 무려 4명에 이르지만 단 한명도 국내대학에서 교편을 얻지 못했다.
대학은 그렇다치고 경제학박사 인력을 대거 흡수했던 연구소 자리까지 말라붙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대부분 국책연구소들이 수년째 박사연구원 정원을 동결해온데다 대학전직으로 비는 자리도 이제는 예전처럼 많지 않다.
지난 9월 문을 연 재무부산하 한국조세연구원은 이들에겐 그야말로 가뭄끝에 단비였지만 21명인 박사정원 가지고는 몰려든 1백여명의 내로라하는 외국대학박사들을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했다.
민간연구소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87년부터 2∼3년간 지속된 「3저」 호황기의 여력을 바탕으로 앞다퉈 경제학박사들을 끌어모았던 기업·증권사경제연구소들이 경기가 나빠지자 순수경제분석인력을 감량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 그만둔 박사 후임은 뽑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경제학박사는 과연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이상으로 많은 것인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 책임연구원(미국박사)은 이에 대해 『경제학박사가 다소 과잉공급상태이긴 하지만 대학교원 증가비율이 학생쪽에 따르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대학발전을 위해서나 고급두뇌 활용면에서나 교수정원을 대폭 늘리는 획기적인 정부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들이 특정전공에 편중현상을 보이고 기업보다는 안정된 대학교수직만 선호하는 점도 경제학박사들의 수급을 더 어렵게하고 있음은 물론이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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