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수거료를 올리려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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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시가 내년부터 일반가정쓰레기 수거료의 두배인상을 검토하는 것은 단기적인 불가피성은 인정되나 쓰레기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접근방식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는 현행 쓰레기 수거료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어 재정적자가 누적된데다가 이달부터 김포매립지로 운반함에 따라 운반비용과 처리비용이 늘어나 청소비 재정적자가 더욱 심화될 상황이라 수거료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같이 수거료를 인상하면 운송·처리비 상승요인을 흡수하고 미화원들의 처우개선문제도 일시적으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쓰레기수거료의 획일적 징수라는 제도적 결함이 고쳐지지 않고선 쓰레기 발생자체를 줄인다는 정책목표의 달성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게 분명하다.
물론 현행 가정쓰레기 수거료 징수는 주택의 넓이와 재산세 납부액을 기준으로 해서 차등화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같은 변경될 수 없는 고정자산만을 기준으로한 비용징수방식은 쓰레기수거료를 배출량과 상관없이 고정화함으로써 각 가정에서의 쓰레기 감량노력에 대한 보상효과를 완전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방식을 그대로 놓고 수거료만 올린다면 쓰레기배출에 대한 경계의식마저 둔화시켜 쓰레기감량화시책에 오히려 역효과를 미칠 우려마저 없지 않다. 쓰레기수거상태는 마찬가지인데 돈만 두배이상 더 내라고 한다면 분리배출이나 줄이기 노력을 기울이게 될 유인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쓰레기 수거료를 인상해야 할 형편이라면 그에 따른 국민들의 성취동기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목표로 쓰레기를 어떻게 하면 발생단계에서부터 줄일 수 있느냐 하는데서 모든 정책발상은 시작돼야 한다. 그것은 쓰레기수거료의 부과기준을 고정자산에 두지 말고 쓰레기방출량에 두는 것이다. 재자원화가 가능한 쓰레기에 대해서는 보상을 원칙으로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수거료 부과를 계량적으로 차등화한다면 분리수거와 감량화는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법의 시행에는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드는 행정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러나 쓰레기문제 해결의 장기적인 방향이 쓰레기의 배출을 줄이고 재활용하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 실험적으로라도 부분적인 시행을 해봐야 한다. 독일이나 일본·미국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이런 방법이 실험중이고 그 결과 쓰레기 방출량을 3분의 1로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일정규격의 쓰레기용기를 공급하고 그 용기의 크기와 수에 따라 수거료를 차등적으로 징수한다. 우리로서는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비닐봉지나 모든 비닐봉지에 오염부담금을 부과하여 수거료를 대신하는 방법도 연구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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