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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와 ‘일드’ 의 공습 앞에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4호 02면

SBS가 지난달 말 ‘프리즌 브레이크’를 방영하기 시작하면서 주말의 지상파 TV 채널이 모두 ‘미드(미국 드라마)’로 채워졌다. 주말 자정 언저리를 꿰찬 ‘그레이 아나토미’ ‘CSI 과학수사대’ 같은 ‘미드’들은 시청률마저 동시간대의 관례를 깨고 6%대까지 올라섰다. 성인 40%가 한 번씩은 본다는 ‘미드’지만, 이미 인터넷 다운로드와 케이블 채널에서 볼 사람은 다 봤을 만한 인기작들인데도 지상파의 재방영이 이 같은 인기를 모았으니 ‘미드’의 폭발적인 힘을 실감할 수 있다. 이미 ‘주말의 명화’ 시간대를 완전히 대체하고 새로운 시청 행태를 만들어낸 이들 ‘미드’가 보여준 힘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10시대의 미니시리즈 드라마도 위협받는 게 아닐까 하는 전망도 나올 정도다. 전문직의 소재나 빠른 이야기 전개, 장면 하나하나마다 갈등을 심어놓고 후반부에 다시 풀어내는 촘촘한 내러티브가 팬들이 손꼽는 ‘미드’의 강점.

호평과 혹평 사이

지상파에서 방영되지는 않고 있으나 인터넷에서 ‘미드’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커뮤니티가 있는 ‘일드(일본 드라마)’의 잠재력 역시 만만치 않게 대중의 감성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미 일드의 리메이크인 ‘하얀 거탑’은 올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로 꼽힌 바 있고, 만화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일본 드라마의 설정과 연기 방식을 쓰고 있는 ‘메리대구 공방전’이 소수 마니아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며 새로운 방식의 드라마로 꼽힌다. ‘일드’ 마니아는 ‘일드’의 매력으로 “한국 드라마에서는 드라마의 소재로 고려하지 않을 것 같은 다양한 소재의 과감한 채용과 그걸 상세한 디테일 묘사로 현실감 있게 묘사하며,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과 주변을 한번쯤 뒤돌아보게 한다(nitenday.egloos.com)”를 꼽는다. ‘일드’가 지닌 이런 독특한 분위기의 감수성은 관객이 조금씩 늘고 있는 일본의 드라마 장르 영화들의 그것과도 통한다. 일본 영화 팬이라는 한 블로거(cyworld.com/worship0327)는 “일본 영화가 내 거울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내 주위ㆍ주변에 놓치고 있던, 못 보고 있던 것을 다시 만나고, 사랑하게끔 격려한다”며 일본 드라마 영화의 독특한 감수성을 전했다.

사소한 일상에서 보편적인 감흥을 이끌어내는 일본 소설은 이미 출판계를 점령해 한국 문학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데, 이처럼 문학과 드라마와 영화 전 방위에서 일본과 미국의 감수성에 길들여진 대중을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것이 우리 대중문화계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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