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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잃어가는 「이념열병」(대학가가 변했다:6)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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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내 주변부터…” 작은실천 확산/대학촌 정화·면학분위기 조성운동 활발
민주화의 80년대,혹심한 「이념의 열병」을 앓으면서 상처받고 왜곡된 대학사회의 분위기·문화를 이제 바로잡고 새롭게 가꾸어나가자는 자성과 노력은 최근 전국 대학가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이다.
연세대 「연세사랑 작은 실천모임」도 그런 흐름을 대변하는 모임가운데 하나다.
『선배들로부터 대학이 너무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학교에 대한 애착이나 자부심도 퇴색하고 사제·선후배간의 정도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죠. 이런 때일수록 대학문화를 가꾸는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모였습니다.』
모임의 부회장 오원기군(19·심리학과1)은 현재의 대학분위기가 극단의 개인주의·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자신들의 모임은 『대학캠퍼스가 사랑의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기 바라는 학우들의 동아리』라고 말했다.
지난 7월 43명의 학우들이 모여 동아리를 결성한뒤 1주일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좋은 강의실가꾸기·백양로살리기·자원재활용·새로운 신촌문화운동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있다.
좋은 강의실 가꾸기는 「사설학원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대학강의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수업전 교수님과 인사나누기·칠판지우기·강의실내 담배안피우기·커닝안하기 같은 작은 일들을 솔선수범」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학내운동을 바탕으로 이 모임은 지난 9월엔 「신촌문화 이대로 좋은가」라는 학내공개 토론회를 개최,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한국외대 행정학과의 경우 「스승의 날」과 짝(?)을 이루는 「제자의 날」이 지난해 마련됐다.
교수들이 사제간 불신의 벽을 허무는 방편의 하나로 6월 두번째 화요일을 「기탄없는 발언의 날」로 만든 것이다. 첫번째인 지난해 「제자의 날」 한 학생의 행정학 전공 외국인교수가 필요하다는 제의가 받아들여져 지난 학기부터 미 사라로렌스대학 레이먼드 사이렐먼교수가 초빙되기도 했다.
대학주변 퇴폐향략업소 철폐와 올바른 대학문화정립을 위한 고대 「생활문화연구회」의 활동이나 연대 「도서관사랑 자원봉사단」동아리,성대의 「성균음악제」 역시 록카페·노래방으로 대변되는 개인주의적 향락문화를 비판하고 상아탑의 전통을 지켜내고자 하는 학생들의 자발적 노력이다. 이같은 노력의 연장선에서 최근 서울시장·신촌지역 5개대학 총장중심의 「신촌지역의 대학문화 중심지역화 공동위원회」가 탄생되는가 하면,연대교수 1백28명은 「연대환경보전회」를 11월중에 만들기로 했다.
연세대 학생처장 이성호교수(46)는 『새로운 학생문화는 거시적이고 피상적인 것을 추구하기보다 생활주변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요즘처럼 학내의 인간관계가 삭막해지는 추세에선 교수·학생간,학생상호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생활문화운동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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