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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세금 3230억 날린 장항산업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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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지정됐던 장항산업단지가 결국 무산되면서 그동안 어업보상비와 진입로 공사에 들어간 국민 세금 3230억원이 날아갔다.

당시 건설부는 국토 확장과 서해안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충남 서천군 장항읍과 마서면 일대 바다 374만 평을 매립, 장항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갯벌을 매립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목소리에 밀린 데다 산업단지의 경제성이 떨어져 18년 만에 장항단지 조성계획이 백지화한 것이다.

정부는 장항산업단지 대신 육지에다 1조원 이상 들여 내륙 산업단지와 생태원을 조성하겠다는 대안을 최근 제시했지만 주민들은 편이 갈려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3230억원 세금 낭비=장항산업단지는 김성배 건설부 장관 시절인 85년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립 때 필요성이 제기됐다. 매립을 통해 국토를 확장하고 서해안 시대에 중국을 향한 전진기지를 구축하자는 게 공단 조성 배경이었다.

89년 권영각 건설부 장관 때 이 계획이 확정됐다. 당시 충남도 도시개발계장으로 일했던 최민호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당시에는 매립으로 공단을 만들고 국토를 넓히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진설 장관 시절인 91년 진입도로 세 개 중 한 개(사업비 456억원)를 착공, 99년 완공했다. 다른 진입도로 한 개도 설계를 마쳐 진입로 공사와 설계비에만 총 690억원을 썼다. 94년(김우석 장관)부터는 어업손실보상이 시작돼 1798억원이 풀렸다.

하지만 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경기침체로 공단 분양이 불투명해지자 착공은 연기됐다. 그 사이 환경단체가 갯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2006년 3월 대법원에서 새만금 매립사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결론짓자 서천환경운동연합과 같은 환경단체들은 표적을 장항산업단지로 돌려 "이제 더 이상 갯벌 매립은 안 된다"고 반대했다.

노무현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달 산업단지로 지정할 당시와 지금은 환경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장항산업단지 조성을 백지화했다.

정부는 18년간 산업단지 매립을 위해 쓴 3230억원은 결손 처리키로 했다.

충남발전연구원 정종관 환경생태팀장은 "18년간 끌다 환경단체의 압력에 밀려 산업단지를 포기하면서 국민 세금만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주민 갈등도 심화=18년간 장항산업단지 계획이 표류하면서 서천군은 피해가 엄청나다고 주장한다. 서천군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간 각종 지역개발사업 때 서천은 늘 장항산업단지가 있다는 이유로 철저히 소외되면서 개발이 안 돼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천군의 재정자립도는 충남 16개 시.군 가운데 최하위다.

주민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산업단지가 세워질 예정이었던 장항읍과 마서면 주민들은 정부의 대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서천주민대책위원회 대표는 "산업단지로 지정되면서 18년간 지역을 개발하지 못하고 고기잡이도 제대로 못해 손해가 막심한데 이제 와 산업단지를 내륙의 다른 지역에 만들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반발했다.

반면 다른 읍.면 주민들은 "갯벌 매립이 어려우면 대안 사업이라도 수용하자"고 주장하며 장항읍 주민과 맞서고 있어 지역 민심만 흉흉해졌다.

성결대 박영철(도시계획학)교수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이 실패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고 국가의 정책결정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천=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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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성결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도시계획부동산학부 조교수

[現] 센트럴시티 회장
[前] 건설부 장관(제25대)
[前] 서울산업대학교 총장

1939년

[現] 충청남도 행정부지사

1956년

[前] 내무부 장관(제60대)
[前] 건설부 장관(제29대)

1936년

[前] 한국토지개발공사 사장
[前] 건설부 장관(제23대)

193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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