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와 건강|최상묵<서울대치대병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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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사람들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또는 보다 건강해지기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한다.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을 것인가에 신경을 쓰고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음식을 먹으면 몸에 좋을 것인가엔 신경을 쓰면서 그 음식을 어떻게 잘 씹어 먹어야 하는가 하는「먹는 수단」에 대해선 등한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모든 음식들은 입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치아의 힘을 빌려 음식을 잘게 부수고 빻아 영양분으로 흡수하게 된다.
입은 신체의 문과 다름없다. 그 속에 치아는 문을 지키는 수문장역할을 한다. 문이 부실한 집에 도둑들기가 쉽듯이 치아가 부실한 사람이 다른 건강을 잃게되리란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보통 몸의 건강과 치아의 건강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치아가 건강하지 못함으로써 파생되는 신체의 간접적인 장애는 눈에 보이지 않게 많이 있다.
옛날 조상들이 치아를 오복으로 여긴 것은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 복받는 삶이요, 그 건강이 곧 치아의 건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아의 건강을 곧 복이라 생각했던 조상들의 슬기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치아가 부실한 아이들 치고 건강한 아이들이 별로 없고, 오래도록 장수하는 노인 치고 치아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별로 없다. 동물에게서 가장 원초적인 건강의 상징은 이가 된다. 영화에서 노예를 사고 팔 때 입 속을 보며 치아의 튼튼함을 확인하고 값을 치르는 광경을 보거나 우시장에서 소를 살 때 제일 먼저 이의 건강을 점검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치아의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시기는 치아를 소홀히 다뤄 치아를 잃고 난 중년기 이후로 접어들 때다. 그 후 비로소 치아가 정말중요하구나 라고 생각하며 후회를 거듭하는 사람들을 흔히 만나게 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치아를 무덤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갈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복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치아의 건강은 어디까지나 자기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에 따라 그 수명과 기능을 높일 수 있다. 그 관리는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몫과 치과의사가 할 몫이 있기 때문에 두 가지를 모두 적당히 조절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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