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손보사에 보험료 담합 과징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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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동부화재 등 국내 10개 손해보험사가 담합을 통해 보험료를 높게 산정한 사실이 적발돼 508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그간 높은 보험료를 내느라 본 소비자 피해액만 4500억~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적발로 그간 담합 때문에 높아졌던 보험료도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적발된 손보사들은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회사별 이의신청.행정소송 등이 잇따를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10개 손보사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여덟 가지 손해보험상품의 보험료를 담합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5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손보사들의 담합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체별 과징금은 삼성화재가 11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부화재(109억원).LIG손해보험(83억원).현대해상(74억원).메리츠화재(54억원).제일화재(19억원).흥국쌍용화재(18억원).한화손해보험(16억원)의 순이었다. 그린.대한화재엔 8억원씩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들 업체의 담합은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친 보험가격 자유화 조치가 계기가 됐다. 가격이 자유화되면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이 줄 것으로 우려되자 담합에 나선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10개 손보사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3월께 각사 실무자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8개 상품의 보험료를 일정 범위 안에서 책정하도록 했다.

김병배 공정위 부위원장은 "보험료 자유화 이후 업계 전체의 보험료 수준은 소폭 하락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담합하지 않았다면 보험료가 더 낮아질 수 있었던 만큼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관련 매출액의 15~20%를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액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8개 보험의 5년간 매출액이 3조원이기 때문에 이번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액은 4500억~6000억원이 된다. 김 부위원장은 "보험산업은 법적으로 경쟁이 제한되는 부분이 많아 실제 피해액은 OECD 기준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합을 통해 가격을 결정한 상품은 일반보험 여덟 가지로 자동차와 장기.연금보험을 제외한 특종.해상.화재보험이다. 아파트를 제외한 개인 소유의 단독주택.상가 등의 화재보험도 포함된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손보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손해보업협회 관계자는 "통계치가 많지 않은 보험의 특성 때문에 실무자들이 의견.정보교환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까지 담합으로 모는 건 무리"라며 "특히 금융감독원이 보험료에 영향을 미치는 할인율을 5~10%로 축소하라는 행정지도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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