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로 등에 쓰는 '투수콘' 지자체 '뒷돈 발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생활체육시설 등의 공사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투수콘'시공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5일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서 지자체 공무원 수십명이 보도와 자전거 도로 등을 건설하며 투수콘(빗물이 투과되는 콘크리트라는 뜻) 시공업자인 S건설 측으로부터 선정 사례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 송파구청의 과장급을 포함한 관계 직원 다섯 명을 23일 소환, S건설 대표 李모(49)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와 상급자로부터 S사 관련 청탁을 받았는지 등을 조사했다.

경찰은 이에 앞서 서울 송파.강남구청 등 수도권 일대 10여개 구청의 치수과.토목과 등을 압수수색해 투수콘 공사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또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S사에서도 회계 관련 서류 등을 압수했다.

수사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수십억원씩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자전거 도로 등의 시공을 S사에 맡기며 관련 공무원들이 돈을 받은 혐의가 일부 포착돼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1차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 16개 지자체의 관계 공무원들을 불러 조사한 뒤 지방 지자체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01년 설립된 S사는 하천 주변의 자전거 도로나 공원.주차장.인도 등의 바닥에 투수콘을 시공하는 전문업체로, 최근 3년 동안 전국에서 4천5백여 곳을 시공하며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회사 대표 李씨가 구청장과 국장 등 구청의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생활체육시설 공사 등을 대대적으로 벌이도록 로비했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 수사 관계자는 "자전거 도로 등 체육시설의 경우 정부가 공사비의 절반을 지원해 주는 제도를 이용, 지자체 고위 관계자들이 공사비를 부풀린 뒤 S사로부터 뒷돈을 챙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수콘=일반 아스팔트보다 훨씬 가벼운 골재로 만든 아스팔트에 도료를 섞어 색상을 낸 도로 포장재. 최근 하천 주변의 자전거 도로나 공원의 바닥재로 많이 쓰인다. 배수가 잘된다는 의미에서 투수(透水)콘이라 불린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