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위주의 3당 교육공약(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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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선 공약으로 산발적으로 나타났던 각 정당의 교육발전 계획이 전국 교육자대회에서 종합화 되었다. 3당이 내세운 교육정책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교육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대입경쟁을 크게 완화하는 방향이다.
우리는 정당이 어느때 없이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정책대결을 벌이는 새모습을 환영한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과 대안을 제시할 바에는 교육위기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다음 시대변화에 적응할 사려깊은 백년대계로서의 교육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야 했다. 득표만을 염두에 둔 대증적이고 표피적인 교육공약은 오히려 교육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교육공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육재정을 GNP대비 3.6% 규모에서 5% 수준으로 크게 올리고 입시지옥을 없애기 위해 대학정원을 자율화해 대학의 문을 활짝 열어놓자는 것이다. 이미 시행착오로 끝난 졸업정원제 실시와 2부제 수업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재 8조원에 이르는 교육재정을 어떻게 단숨에 20조원으로 늘릴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이 우선 의심스럽다. 교육재정은 확대돼야 하지만 내년부터 당장 20조원으로의 증액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공약을 내건 사람조차 믿지 않을 것이다.
시험지옥을 없애기 위해 원하는 사람은 모두 대학에 가도록 한다는 대안은 마치 교통지옥을 없애기 위해 무작정 자동차 대수를 늘려 자동차 타기를 포기하게끔 유도하는 자포자기적 발상이라고 본다. 지금은 간판으로서 대학 보다는 실업고·전문대를 선택해서 직업교육을 강화한다는 산업화 시대의 새 교육풍조가 막 자리잡는 시점이다.
이런 시점에서 대학의 문을 활짝 열면 모두가 다시금 대학에 가자는 바람을 탈 것이고 가뜩이나 대졸자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졸 실업자의 양산을 몰고올 뿐이다. 또 95년을 기점으로해 취학생 숫자가 줄어들면서 대입경쟁률이 격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당장 몇년후를 상정하지 않고 정원만을 늘려놓는다면 그때의 패닉현상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교육부장관 시절에는 대학정원을 20만명 선으로 묶는다고 하다가 민자당 선대위원장이 되면 정원자율화 쪽으로 가는가. 오늘의 대학교육 부실을 몰고온 잘못된 제도였던 5공시절의 졸업정원제를 다시 부활하자는 민주당 주장은 어제의 교훈을 살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며,교육재정을 관급공사의 부정방지로 충당하겠다는 국민당 발상은 건설업자식의 치졸한 계산방식이다.
그저 입에 달다고 이룰 수 없는 공약을 내세우고 잠깐 생각하면 들통날 허구에 찬 교육정책을 마구잡이로 제시한다면 우리의 잘못된 교육은 영영 되살아날 기회를 놓쳐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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