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촉구 생색내기 그칠듯/동경 구소지원 국제회의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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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러」 정국혼란·경제개혁 부진에 망설여/영토분쟁 일은 1억불원조 체면치레
29∼30일 이틀동안 일본 동경에서 막을 올린 구소련지원국 국제회의는 경제적 파탄상태에 있는 구소련 국가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방안 모색이라는 커다란 목표,그리고 70개국 15개 국제기구 참가라는 방대한 규모와는 달리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의는 지난 1월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했으며,5월엔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두번째 회의가 열렸다.
이번 동경회의가 대규모 국제회의로선 마지막이며 앞으로는 「국가별 지원협의그룹」이 보다 구체적인 지원을 목표로 활동을 벌이도록 돼있다.
주최국격인 일본은 당초 이번 동경회의를 일본이 구소련지원에 소극적이라는 국제적 비판을 해소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빚고있는 쿠릴열도 4개섬문제 해결의 기회로 삼으려는 목적에서 유치했었다. 여기에는 지난달로 예정됐던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방일과도 연관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옐친대통령이 일본의 북방4개섬에 대한 영유권주장에 대한 항의표시로 방일을 일방적으로 취소하자 일본은 종래의 정경불가분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 구소련에 대한 지원불가쪽으로 선회하고 말았다.
일본은 이번 회의에서 인도적 입장에서 1억달러 지원이라는 체면치레로 그칠 생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러시아의 경제형편은 시간이 갈수록 개선되기는 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 1월 가격자유화조치이래 올해 상반기에만 인플레가 이미 1천%를 넘어섰으며,올해말까지 2천2백%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정부의 경제예측보고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의 국민총생산(GNP)은 전년비 22% 감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올해 1∼8월 물가는 평균 12.2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혼란속에서 개혁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도는 날로 저하되고 있으며,국민의 불만을 등에 업은 보수파들은 정부에 대해 개혁내용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러시아 의회를 중심으로 한 보수파의 옐친정부에 대한 공세가 더욱 가열되고 있고,옐친대통령은 보수파와 정면대결이냐,아니면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느냐를 놓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때 이번 동경회의에선 구소련 국가들에 대해 보다 철저한 개혁추진을 촉구하는 한편,일부 개혁에 적극적인 국가들에 대해 지원을 약속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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