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복수지원 횟수 제한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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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년 말이면 실시될 새 대입제도의 지원방식으로 종래와는 크게 달라질 복수지원제가 교육부의 방침으로 거의 굳어져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구체적 지침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논의의 방향은 우선 전후기대학에서 각각 10일내지 2주간의 기간을 두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험일자를 따로 잡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미 새 대입제도가 대학의 선발권과 자율권의 신장을 기초로 만들어진 안이라는 점에서 복수지원제 도입은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대학마다 각기 다른 대학별고사가 실시되는 시점에서 시험일자의 선택도 대학의 자율에 맡겨져야 하는건 당연한 논리의 귀결이다.
또 현실적으로 복수지원제가 지닌 장점은 종래 단수지원제의 여러 불합리한 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우수한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단 한차례의 지원만으로 재수생이 되어야 하고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좁은 선택방식 때문에 눈치지원이 마감일 막바지에서 큰 소란을 겪기도 했다. 합격이 최우선 목표가 되면서 눈치작전으로 들어간 학과가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아진 것도 단수지원의 맹점이었다.
이런 여러 현실적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이 복수지원제임은 분명하지만 사실상 해방이후 처음 실시되는 대입지원방식이라는 점에서 구체적 실시방안이 보다 면밀해야 하고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 실시되어야 하겠다.
먼저 복수지원제 실시에 따른 입시관리의 혼란이 예상될 수 있다. 만약 전기대시험일이 2주간에 걸쳐 실시된다면 수험생은 이틀에 걸쳐 7회의 시험을 치를 기회를 갖게 된다. 후기까지 합치면 14회의 응시기회를 갖는다.
전후기 합쳐 단 두번의 기회밖에 없던 종래의 방식에서 14회의 응시기회 부여는 우선 지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며 대학의 입시관리는 더욱 혼선을 빚을 게 뻔하다. 복수합격이 되었을 때 어느 한쪽을 택하면 나머지 대학은 추가시험을 봐야 하는 큰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우수대학생을 저인망식으로 전기대학이 선발해 버린다면 후기대학과는 엄청난 학력의 격차를 가져오면서 어느 대학이 스스로 후기입시를 선택할 것이냐는 문제가 생겨날 수 있게 된다. 전기대학은 각기 합격생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비슷한 수준의 대학은 담합형식으로 시험일자를 같은 날로 정할 것이고,어느 대학이나 후기대학 선발을 거부할 것이다.
대학지원자와 대학당국이 맞게될 이런 혼란을 예상한다면 무작정 복수지원은 제한돼야 마땅하다. 시험기간을 1주일 정도로 잡아 지원자가 2∼3회 정도의 복수지원을 하게끔 하는게 합리적이다. 새대입제도가 낯설어 아직도 입시반 현장의 교사와 학생들이 혼선을 겪고 있는 판에 지원형식마저 혼란을 가중시킨다면 새 제도의 정착은 더욱 어렵게 될지 모른다. 신중하고도 단계적인 복수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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