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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라이프] 출출한 겨울밤아빠는 간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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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묵이나 찹쌀 떠~억."

겨울 밤 찬 공기를 가르던 그 소리가 이제는 사라진 지 오래다. 긴긴 겨울밤 이슥한 시간이면 그 소리가 더욱 귓가에 맴돈다. 속이 출출한 게다. 그대로 잠자리에 들기엔 아쉽다. 살금살금 주방으로 가 냉장고 문을 연다. 위칸.아래칸 가득가득 차있지만 정작 군입을 다실 만한 요깃거리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자주 아이들에게 밤참을 손수 해먹이는 최경렬씨의 눈에는 냉장고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요깃거리다. 저녁 찬거리로 쓰다남은 두부도 그렇고, 마사지용으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오이도 그렇다. 랩이 씌워진 먹다 남은 김치도 마찬가지다. 최씨의 손을 거치고 나면 텅빈 속을 달래주는 한밤의 별미로 변신한다.

최씨의 직업은 요리사다.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의 총주방장으로 국내에서는 손꼽힌다. '목수는 집에서 망치질을 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요리사도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최씨는 그렇지 않다. 틈만 나면 이것저것 만들어 아이들과 아내를 챙겨 먹이는 자상한 가장이다.

중학교 1학년생인 민지는 벌써 몸매를 걱정한다. 그 딸을 위해 아빠가 준비하는 밤참은 두부국수. 다이어트에 좋은 두부를 우유에 갈아 콩국수처럼 말아낸 것이다.

최씨는 "라면 끓이는 실력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며 "밤늦게 공부하는 아이들의 영양 간식으로 그만"이라고 설명한다. 민지 역시 "겨울 밤에 아빠가 만들어준 차가운 두부국수를 먹고나면 정신이 번쩍 들어 공부가 더 잘된다"고 거든다.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 민호는 얼큰한 짬뽕국수를 좋아한다. 이런저런 해산물과 야채를 볶다가 물을 부어 짬뽕국물을 만드는데 중국집 짬뽕 뺨치는 맛이다. 최씨는 "고춧가루를 넣고 해산물과 야채를 충분히 볶는 게 중요한데 덜 볶은 상태에서 물을 부으면 고춧가루가 국물에 떠다녀 맛이 떨어진다"며 노하우를 공개했다.

일식에서 응용한 쇠고기 덮밥과 삼색 손말이 김밥은 아내 이홍숙씨가 좋아하는 메뉴다. 20년 가까이 스시조에서 일한 손맛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란다. 쇠고기 덮밥을 만들 때는 일인분씩 따로 준비하는데 만일 쇠고기가 없다면 참치통조림이나 닭고기 가슴살을 대용으로 덮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일식집에서 '데마키'로 통하는 손말이 김밥을 일반 가정에서 만들면 김밥을 꽂아놓는 나무받침대가 없어서 곤란하다. 그럴 때 양주잔이 훌륭한 받침대 구실을 한다고 최씨가 조언한다.

김치콩나물죽은 어린 시절 겨울 밤이면 최씨의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 주던 음식이라고 한다. 찬밥과 김치만 있으면 물을 붓고 슬슬 저어가며 끓이면 그만인 겨울철 별미 메뉴다. 콩나물 잔뿌리를 다듬는 일이 번거로우면 콩나물은 빼도 된다.

글=유지상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짬뽕국수
▶재료=국수 5백g, 오징어 40g, 소라살 40g, 홍합 40g, 양파 1개, 당근 반개, 호박 1/4배추 50g, 표고버섯 50g, 고춧가루 1큰술, 식용유 2큰술, 생수 8백㎖, 파·풋고추·다진마늘·소금·조미료 약간씩
▶국수 삶기=끓는 물에 국수를 넣고 서로 붙지 않도록 잘 저어준다. 끓어 넘치려고 하면 찬물을 붓고 알맞게 삶아서 찬물에 헹궈둔다.
▶국물 만들기=해산물과 채소를 깨끗이 손질해 해산물은 포를 뜨고 채소는 채를 썬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해산물을 볶다가 고춧가루와 다진마늘을 넣고 재빨리 볶는다. 고춧가루와 마늘이 골고루 퍼지면 생수를 한국자 정도 넣고 야채를 더해 숨이 죽을 때까지 볶는다. 알맞게 볶아지면 남은 생수를 다 붓고 끓인 뒤 소금과 조미료로 간을 한다. 삶은 국수를 그릇에 담고 국물을 부어내면 짬뽕국수 완성.

◇두부국수
▶재료=국수 5백g, 두부 반모, 우유 8백㎖, 오이 반개, 통깨·소금 약간씩
▶국수 삶기=짬뽕국수와 동일.
▶국물 만들기=믹서기에 두부와 우유를 넣어 함께 간다. 우유를 처음부터 다 붓지 말고 처음엔 두부가 부서지기 쉬운 정도(대략 한컵)만 붓고 갈다가 나머지 우유를 더 넣어 갈면서 소금 간을 한다. 삶은 국수를 그릇에 담고 두부 국물을 부은 뒤 채 썬 오이와 통깨를 고명으로 올려낸다.

◇콩나물 김치죽
▶재료=콩나물 1백g(한줌), 김치 1백g, 쌀밥 2공기, 가래떡 20개, 멸치(중) 8마리
▶만드는 법=콩나물의 잔뿌리를 손질해 준비한다. 밥량의 3배되는 생수로 멸치 국물을 만든다. 김치를 채 썰어 볶다가 멸치 국물을 붓고 콩나물과 밥을 넣어 끓인다. 밥알이 흐물흐물할 정도로 불면 가래떡을 넣고 한바탕 더 끓여낸다.(가래떡이 없으면 수제비나 라면·우동의 사리를 넣어도 좋다.)

◇쇠고기덮밥
▶재료=쇠고기 4백g, 실파 1백g, 양파 2개, 표고버섯 4개, 계란 4개, 덮밥소스 8국자, 쌀밥 4공기, 김 약간
▶덮밥 소스 만들기=멸치 국물을 만들어 맛술과 간장의 비율을 3대2대1로 섞어서 한바탕 끓여서 쓴다.
▶덮밥 만들기=양파와 표고버섯은 채를 썰고, 실파는 4㎝길이로 잘라 준비한다. 작은 팬에 1인분씩 만드는데 소스(2국자)를 붓고 쇠고기·양파·표고버섯·실파 순으로 넣으면서 익혀 계란(1개)을 풀어 살짝 익힌다. 그릇에 담긴 밥에 얹고 김을 부셔서 고명으로 올려낸다.

▶ 양주잔에 색테이프를 감아 손말이 김밥의 받침대로 사용했다.

◇삼색 손말이 김밥(마키)
▶재료=김 10장, 참치 통조림(작은 것) 1개, 오이 반개, 김치 1백g, 참기름·설탕·통깨·마요네즈 적당량씩, 쌀밥 3공기
▶속재료 준비=참치통조림은 기름을 빼고 준비한다. 오이는 돌려깍기 해서 길게 채를 썰어 넣는다. 김치는 잘게 썰어서 참기름과 설탕을 넣고 볶아둔다.
▶만드는 법=김을 반으로 잘라 왼손에 잡고 밥을 반쪽에 펴서 대각선으로 각각의 재료를 넣고 고깔모양으로 둥글게 만다. 오이와 김치는 통깨를, 참치는 마요네즈를 내용물과 함께 넣는다. 받침대로는 양주잔을 쓰면 된다. 초밥용 밥을 만들려면 밥을 약간 되게 해서 식초(1백60㎖)·설탕(80g)·소금(20g)을 섞어서 살짝 끓인 뒤 밥에 섞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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