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학술단체협』심포지엄|"「이념」탈피 정책 개발〃|경제적 불평등|교통·주택문제|방송제도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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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념에서 정책으로. 총론에서 각론으로 진보진영 학자들의 연구경향이 사회체제와 계급 분석등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교통·환경·주택 등 실질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사회주의권은 붕괴하고, 남한의 자본주의는 발전하고 있으며, 대중은 정치에 관심이 적고 점점 보수화 되어 가는 시점에서 변혁의 당위성만을 강조하는 이제까지의 추상적 연구로는 변화를 이끌 수 없다는 진보진영 현실인식의 반영이다.
15개 진보적 학술 연구단체의 모임인 학술단체협의회(상임공동대표 안병욱 성심여대교수)는 10일 고려대 대강당에서 열린 92년 연합 심포지엄에서 이같은 연구방향 전환을 발표했으며, 실제로「한국사회의 민주적 변혁과 정책적 대안」을 주제로 한 이날 심포지엄도 구체적 주제에 대한 분석과 정책대안 제시를 내용으로 진행됐다.
학단협 운영위원회는 이날 「진보적 학술연구 영역을 확장하자」는 제목의 기조발제문을 발표, 『권력이나 체제 변화의 당위성을 드러내는 이념적 주제나 본질 분석적 차원에 머무르고 있던 진보적 학술연주의 영역을 구체적이고 정책적인 주제로 대폭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문은 『남한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대중이 보수화·탈정치화하며 이념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구호로서의 진보 등에 집착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이렇게 된다면 대중과의 접점은 점점 축소될 것이며 대안 없는 비판과 투쟁에 몰두한다는 권력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중이 고통으로 느끼는 「작은 문제들」, 구체적이고 정책적인 주제에 대해 진보적 진단과 대안을 명확히 제시해 주어야 대중과 가까워지면서 민중운동을 활성화하는 힘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희송 운영위원장은 발제가 끝난 뒤 『정책적 주제로 연구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운영위원회의 일치된 의견일 뿐 아니라 여러 회원단체와 연구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심포지엄의주제도 ▲경제적 불평등 ▲토지정책 ▲주택문제 ▲방송제도 개선 ▲군축 ▲교통문제 ▲사회복지 ▲입시제도 ▲산업폐기물 관리 등의 구체적인 것으로 한정됐으며 실제로 다양한 정책적 대안이 제시됐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경영참여, 기업의 소유분산과 종업원 지주제 확대가, 군축에서는 남한이 일방적·선도적으로 30만으로 병력을 감축하며 사병징집을 지원병제로 전환할 것 등이 제안됐다.
또 주택은 근본적으로 상품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로 규정돼야한다는 전제아래 민간부문 위주의 주택 건설 정책을 지양하고 국공영 주택건설 공사를 통해 공공 주택 건설을 확대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개발토지는 국-공유지로 환수하며 국세청·은행감독원·건설부 등에 분산된 기능을 통합하여 토지위원회를 두고 노동자·농민대표·학자·사업자가 참여해 운영해야 한다는 정책이 주장됐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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