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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원수 동결- 소선거구 - 투명화가 옳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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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도대체 정치인들은 언제까지 기득권 지키기에 매달려 있을 것인가. 정치관계법 개정협상을 둘러싼 4당의 행태는 어쩌면 이렇게 과거와 똑같은가. 검은 돈의 정치권 유입을 원천봉쇄하고 돈 적게 드는 선거를 치르도록 하자는 정치개혁안은 외면한 채, 엉뚱하게 선거구제나 의원 정수 문제를 놓고 물리적 충돌까지 빚고 있다. 모두 자기 떡만 크게 만들기 위해서다. 음성적 정치자금 문제로 올해 내내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어 놓은 정치권이 무슨 염치로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의원 정수는 현재의 2백73명으로 동결하는 게 마땅하다. 국민은 어느 당을 떠나 정치권 전체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의원 숫자가 모자라 일을 못 했는가. 지금 식의 정치라면 현재의 숫자도 너무 많다. 헌법재판소가 판정한 대로 이달 말까지는 선거구 획정을 마쳐야 하는 만큼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중.대선거구제나 전국구 증설=선(善)'이란 주장은 정치구호에 불과하며, 그 반대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열린우리당은 영.호남 지역구를 줄이고 싶은 것이며, 반대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늘리고 싶은 것이다.

이런 속셈들은 숨긴 채 그럴 듯한 명분만 앞세우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열린우리당이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협상과정에서 정치개혁안 반영을 위해 온몸을 던져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비례대표를 대폭 늘리자는 증원안을 내놨다가 반대에 부닥치자 '의원 수 동결'로 당론을 바꿔 육탄전을 벌였을 뿐이다. 야 3당도 할 말이 없다. 후원금 영수증의 선관위 제출 의무화, 당원 행사의 식사 및 교통 편의 제공 금지 등 돈선거를 막는 장치를 거부하고, 정치신인의 진입 장벽 철폐도 외면했다. 이럴 바엔 뭣하러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를 만들어 정치개혁안을 마련토록 했는가.

정치자금 투명화와 돈 적게 드는 선거 실현은 국민의 절실한 여망이다. 따라서 국회는 정치개혁과는 별 상관없는 선거구제와 의원 정수 문제는 현재를 유지하는 선에서 빨리 마무리짓되, 정치개혁안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