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통계 조작여부 공방/노동부­전노협 「대·고졸 임금차」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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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초과급여빼 격차 의도적 확대” 노동부/“법정시간기준 임금비교 적절” 전노협
노동동계의 왜곡·조작여부를 둘러싸고 노동부와 전노협간의 공방이 치열하다.
문제의 발단은 전노협이 지난달 29일 노동부의 직종별 임금실태·조사보고서를 토대로 90년 현재 고졸출신 남자가 직장에 들어가 평생 받는 생애 임금이 대졸남자의 58%에 불과하다고 발표하면서 비롯됐다(중앙일보 10월8일자 23면 보도).
노동부는 즉각 『이같은 수치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자료를 인용하려면 제대로 할 것이지 왜 전노협측에 필요한 부분만을 활용하느냐』며 자료인용의 부당성을 따졌다.
전노협이 생애임금의 기준자료로 쓴 노동부의 월평균급여에서 고졸자임금중 비중이 큰 시간외·야간·휴일수당 등 초과급여부분을 뺀 것은 일부러 학력간 임금격차를 커보이게 할 목적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 없다는게 노동부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전노협이 대졸자임금을 산출할 때는 석·박사를 포함한 대졸이상의 노동부자료를 포함시킴으로써 임금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노협은 초과급여를 뺀 이유는 『법정 노동시간동안 일했을때 받는 임금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대졸자와 고졸자를 떠나 갑이라는 사람이 주44시간 일해 50만원을 받고 을이라는 사람은 주54시간을 일해 52만원을 받았다면 이를 단순비교해 을이 갑보다 임금을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금계산때 석·박사를 포함시키지 않은 부분은 엄밀하게 「대졸이상」이라고 표기하지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켰을지 모르나 대졸이상 남자중 과연 몇명이나 대학원 졸업자가 포함되어 있을지 의문이며 『정부통계 어디에도 대학졸업자와 대학원 졸업자를 나눠 수록한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계의 견해는 다르다.
정부의 각종 통계는 누구나 인용해 쓸 수 있지만 그대로 옮겨쓰면 몰라도 일단 「가공」절차를 거쳐 달라진 2차통계는 가공된 부분의 내용과 그 이유를 밝히는게 통계학의 상식이라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이번 경우처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초과급여만해도 이 부분을 가공해 사용했다면 무엇을 왜 뺏는지 등의 각주를 발표자료에 당연히 집어넣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통계학회장 이재창교수(고려대 통계학)는 『통계의 가공·재편집에서 이같은 각주를 달지 않은 2차자료는 통계학상 무의미하다』며 『이는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는 의도로 의심받을 뿐 아니라 통계왜곡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산출엔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정부자료를 인용하며 수치를 임의로 넣고 빼는 것은 곤란하다』며 『이런 통계는 학력간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임금정책과 맞물려있는 만큼 이처럼 통계가 오도·오용돼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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