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서 끌어쓰면 공업·생활용수 충분 홍수조절 못지않게 문화재도 배려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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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충남 보령군 미산면에 건설되는 보령댐은 명분이 모호하고 목적자체도 의심스럽습니다.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는 가까운 금강에서 끌어오면 충분해요. 담수량도 적은데다 수량이 부족해서 홍수염려도 없어요. 애꿎게 실향민만 발생하고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강행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고려말 석학 이제현 사당 등 숱한 문화재도 수장된다는 사실을 알아야합니다.』
정부의 서해안 개발정책에 발맞춰 충남서북부지역의 생활·공업용수확보와 웅천천의 홍수조절을 목적으로 충청남도가 추진중인 보령댐 건설을 반대하고 부당성을 호소하는 보령댐 건설반대 추진위원회 이덕희 위원장(73·경주 이씨 종손)은 『명분 없는 댐 건설은 대대손손 토착하고 있는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정당국의 강압행위』 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 한마디의 사전협의도 없이 수백년을 이어 살아온 지역민들을 고향에서 내쫓으려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배경은 간단합니다. 고려말부터 적어도 23대 이상을 살아온 경주 이씨 등 대부분의 주민들이 고향을 잃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더욱이 뚜렷한 명분조차 없는 개발사업을 강행하려는 데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충청도 일원은 물론 전라도·경상도·강원도·제주도 등 전국에서 몰려드는 경주 이씨 문중의 참뜻을 헤아렸으면 합니다.』 무려 3천4백억원에 이르는 국민부담을 가중시켜가며 토목사업을 강행하려는 까닭을 모르겠다고 흥분했다.
보령댁 건설 예정지인 웅천천 상류지역은 전국3대 탄광지대 중 하나여서 댐을 건설하더라도 생활용수로는 부적합하고 금강수원만으로도 생활용수는 물론 공업용수가 충분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2백만 가구에 이르는 경주 이씨 가문의 성지 격인 이곳을 수장시켜 조상을 욕되게 하고 이제현 사당·염씨 사당 등 제당과 문화재들을 수몰시키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결단코 안됩니다. 정부와 행정당국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어 나가야합니다. 아무리 금과옥조와 같은 법이라 할지라도 천심을 뛰어넘지는 못합니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양식을 가지고 정중하고 일관성있게 호소할 것입니다.』
보령댐 건설반대가 주민들의 생존권보호차원에서 다뤄져야한다고 보는 그는 최근 댐 사업계획 취소에 관한 헌법소원까지 냈다면서 국민적 관심과 성원을 희망했다. <배유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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