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업 고사시킬 작정인가(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시내버스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립을 통해 과감한 정책전환을 할때가 되었다. 변화된 상황에 맞는 새로운 시내버스정책의 수립없이는 해마다 연중행사처럼 맞는 요금인상 파동을 피할 수 없고 교통체증도 풀 길이 없으며 서민의 교통난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정부내 정책당국자들의 시내버스에 대한 이제까지의 인식은 시내버스는 「서민의 발」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모든 면을 제쳐놓고 오직 요금인상 억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다시피 해왔다. 그 결과 요금은 억제할 수 있었지만 버스의 서비스수준은 예나 이제나 변함없이 열악하기 짝이 없어 소득이 늘어날수록 하나씩 둘씩 버스이용을 포기하고 자가용 구입으로 옮아가기 시작했다.
이는 대도시의 교통체증과 버스의 경영난을 더욱 심화시켜 서민은 서민대로 버스타기가 어렵게 되고 중산층은 버스이용을 기피해 교통체증을 더욱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대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결국 하나뿐이다. 쾌적한 대중 교통수단을 확보함으로써 자가용승용차의 이용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처럼 버스를 서민만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이상의 고소득층도 이용하는 수단이 될때 비로소 교통문제는 완화될 수 있다.
가장 좋은 대중교통수단은 지상교통에 부담을 주지 않는 지하철이겠지만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공기도 길기때문에 현재로선 지하철에 대한 기대는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남는 길은 버스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통해 버스를 시민들이 소득에 관계없이 즐겨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길 뿐이다.
정부가 버스에 대한 새로운 개념만 정립한다면 개선의 길은 있다고 본다. 유류에 대한 면세,차량대체비 융자 등 각종 세제상,금융상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또 버스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비수익성 노선에 대한 보조금 지원에도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버스요금도 어느 정도는 올려야 한다.
버스가 쾌적·신속·편리한 교통수단만 된다면 시민들도 다소의 요금인상은 감내할 것이다. 또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전제된다면 요금인상폭이 커야할 이유도 없다. 아울러 시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버스전용차선제도 서둘러 확대,실시해서 대도시의 중심 교통수단이 지하철과 함께 버스가 되게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에는 당연히 재원이 필요하겠지만 교통체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나 교통소통을 위해 투입하고 있는 예산 등에 비하면 그것은 미미한 수준일 것이다. 정부는 버스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또 다시 약간의 면세혜택과 요금인상같은 절충안으로 발등의 불을 끄려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혁신적인 정책전환이 없이는 그것은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이 될 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