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 개발한 hp의 두뇌, 휼렛패커드 美 코발리스연구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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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휼렛패커드(hp)는 지난 11일 미국 서부 오리건주의 코발리스연구소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10여개국 30여명의 기자를 초청했다. 이 연구소는 세계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hp의 첨단 프린터와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곳으로 외부인에게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7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 연구소는 4천4백명의 연구원.직원이 근무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연구 결과를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험생산 라인을 한 울타리 안에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홍보책임자 주디 가네코는 "계산기.팜톱.랩톱.잉크젯 프린터 등이 모두 여기서 개발됐다. 마술 같은 일이 펼쳐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높은 습도에서도 미생물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특수 코팅하는 방법으로 73년 동안 변색되지 않는 사진 인쇄용지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프라딥 조트와니(49)부사장은 "기술혁신을 통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이 연구소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고객의 선택에서 비즈니스가 시작되는 만큼 경쟁기업을 이기기 위해서는 한시도 연구개발을 게을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hp는 7천여건의 프린터 관련 기술특허를 갖고 있다.

그는 "프린터의 경우 인쇄의 품질.속도.사용의 편리성.내구성.가격 등 여러 측면에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잉크젯 카트리지(잉크를 담는 용기)의 경우 1백가지 이상의 검사를 통과해야 생산에 들어가는데 2m 높이에서 콘크리트에 떨어뜨려 이상이 없어야 하고 섭씨 60도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 결과 18개월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두배로 발전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적용될 정도로 프린터 기술의 진보가 빠르다고 한다. 조트와니 부사장은 "소비자가 잉크젯프린터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년 전에 비해 75% 줄어든 반면 성능은 오히려 4백66% 향상됐다"고 말했다. 카트리지 노즐(잉크를 내뿜는 작은 구멍)은 1985년 12개에서 5백12개로, 하나의 노즐에서 뿌려지는 잉크방울 수는 초당 1천2백개에서 3만6천개로 늘었다.

hp는 환경친화적인 정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시범실시 중인 카트리지 리턴 제도가 한 예다. 새 카트리지 포장 안에 수거용 우편 봉투를 넣어 소비자가 사용한 카트리지를 hp에 보내면 사용 가능한 부분을 떼내 재활용하는 것이다.

조트와니 부사장은 "수리비용과 인쇄의 품질 등을 감안할 때 정품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것이 재생품보다 프린터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소비자는 프린터의 신뢰도와 관리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등을 종합해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리건 코발리스=김상우 기자

***亞太지역 마케팅 내년 1억불 투자

hp는 내년에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케팅을 대폭 강화한다. 이미 지난 9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브랜드 강화를 위해 내년 1억달러(약 1천2백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이 지역의 소비자용 디지털 기기 시장 규모는 연간 1천1백억달러이지만 2006년께 1천5백60억달러로 커질 것에 대비한 포석이다. 컴퓨터.정보통신.프린터 기술을 함께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어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계산이다.

한국에는 내년 상반기까지 디지털카메라.포토프린터.스캐너 등 디지털 신제품 80여개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케팅비용으로만 1천5백만달러 정도를 책정해 놓고 있다. 내년도 프린터.디지털카메라 등 이미지 관련 제품의 매출이 올해의 두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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