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산책] 미국판 대장금? 요리 공연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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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오프 브로드웨이에는 요리를 주제로 하거나 혹은 실제 음식이 등장하는 공연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공연은 '섹스홀릭'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로 유명한 피터 아스킨이 연출한 연극 '요리의 귀신과 저녁식사를'(Dinner With Demons)이다. 이 작품은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음식 평론가이기도 한 조너선 레널즈가 직접 대본을 쓰고 출연하는 1인극이다. 여기서 그는 직접 요리를 하며 갖가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얼마전 막을 내린 연극 '뒤죽박죽 파티'(Omnium Gatherum)는 이브닝 파티를 배경으로 한다. 모로코식 매운 양고기 구이를 비롯해 미식가들도 생소해할 신기한 음식들이 등장해 관객들은 공연 내내 침을 꼴깍 삼켜야 했다. 에드 슈미트라는 배우는 한술 더떠 자신의 아파트 거실에서 공연을 벌였다. 그는 열명 남짓한 관객을 불러 저녁과 와인을 제공하는 기상천외한 연극 '마지막 만찬'(The Last Supper)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지난 10월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인 4주간의 공연을 마친 한국의 '난타'(영문 제목 Cookin')는 비록 앞에 언급한 작품들처럼 정통 연극은 아니지만 무대에서 직접 조리를 하고 음식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뉴욕 '난타' 공연은 작품의 장르와는 상관 없이 최근의 이러한 열풍에 한몫을 담당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마디로 요즘 오프브로드웨이에는 '대장금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작가인 크레그 라이트는 요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의 인기 비결에 대해 오프 브로드웨이의 작은 무대 위에서 실제 요리를 하고 시식까지 하는 행위가 관객의 오감을 강렬하게 자극한다는 점을 꼽았다.

요리를 소재로 한 일련의 작품들의 출현은 일시적인 트렌드일 수도 있다. 또 어쩌다 보니 이런 작품이 우연히 이 시기에 집중된 측면도 강하다. 결국 이 공연들이 90년대 중반 인기를 끈 비언어 퍼포먼스와 같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조금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www.nyl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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