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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수익 ‘GOOD’ … 오름세 이어질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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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24면

서울역 건너편 대우센터빌딩에 부동산 큰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빌딩 매각을 결정한 가운데 매각가가 1조원을 웃돌아 사상 최고가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빌딩 값 1조원 시대 … 투자 전망은?

금호 측은 내부적으로 8000억원 안팎을 예상했으나 5개사가 제출한 입찰제안서를 확인해본 뒤 투자 열기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센터빌딩의 장부가는 토지 1545억1800만원, 건물 814억2100만원 등 총 2359억3900만원이다. 연면적은 4만173평이다. 오피스빌딩이 밀집한 광화문 일대 이른바 CBD(도심빌딩지역)의 평당 매매가는 국내에서 가장 비싼 1400만원 안팎이다. 이를 토대로 대우센터빌딩의 가치를 단순계산하면 5600억원 정도다. 서울역 앞이라서 상징성이 큰 건물이긴 하지만 이 빌딩의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매겨진다면 오피스빌딩 시장에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는 셈이다.

■높은 임대수익률=지금까지 매각된 빌딩 중 가장 비싼 것은 역삼역 부근 스타타워빌딩(연면적 6만4000평)이다. 지난 2004년 9000억원에 매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 빌딩의 가치를 1조원 정도로 평가한다. 전문가들이 임대수익률 등을 감안해 5000억원 이상으로 평가한 건물은 ▲포스코센터(5만4744평) 8200억원 ▲63빌딩(5만305평) 5200억원(관광시설 제외) ▲교보생명광화문빌딩(2만8680평) 5700억원 ▲서울파이낸스센터(3만6102평) 6800억원 ▲LG트윈타워(4만7745평) 5000억원 등 20여 개에 달한다. 실제 매매가는 이보다 높아 1조원을 웃도는 건물이 나올 수 있다. 부동산투자자문업체인 저스트알 이주용 과장은 “대우센터빌딩이 1조원 이상에 팔린다면 다른 오피스빌딩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오피스빌딩 가격의 상승세가 산업구조 개편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제조업의 쇠퇴로 생산직보다 사무직이 더 늘어남에 따라 오피스빌딩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외환위기 이후 대형빌딩을 매입해 재미를 본 외국계 자본이 더 유입되는 가운데 국내 부동산펀드와 실수요 기업들이 빌딩 매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면서 규모에 걸맞은 사옥을 보유하려 하고 있다.

영국 부동산투자정보회사 IPD와 저스트알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빌딩 시장의 임대수익률은 7.7%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은 4월 기준 1%로 매우 낮다. 공식률 1%는 연면적 1만 평의 오피스빌딩에서 100평(실평수 약 55평) 정도의 공실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이사 등을 전후한 일시적ㆍ마찰적 공실에 불과하다.
반면 자본수익률(양도차익)은 9.2%로 영국 17.2%, 프랑스 15.0%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다. 높은 임대 수익률에 비해 빌딩 값이 싸다는 의미다. 주식으로 말하자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높은 수준이나 주가는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국계 자본이나 국내 펀드들은 바로 이 같은 괴리가 해소돼 빌딩 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펀드들은 통상 연 7%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하지만 유럽계 자본은
6.5%, 일본계 자본은 4% 안팎에 만족한다. 외국자본 입장에서는 건물 값을 더 후하게 쳐줄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 맵스자산운용 김형석 상무는 “강남이나 도심에서는 공급이 제한돼 앞으로도 낮은 공실률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오피스빌딩의 투자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오피스빌딩 부지 부족=대형오피스빌딩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축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 ‘신 증권타운’ 부근 옛 중소기업 전시장 부지에는 서울시와 AIG가 합작한 55층 매머드급 서울국제금융센터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연면적 15만 평에 오피스빌딩 3개 동과 호텔 1개 동으로 구성될 이 센터는 공사비만 1조4000억원에 달한다. 또 이 공사장 맞은편 통일주차장 자리에는 72층과 59층짜리 오피스빌딩 타워 2개 동 규모의 파크원이 공사에 들어갔다.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상암ㆍ용산ㆍ잠실ㆍ일산ㆍ송도 등의 초고층 신축 계획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공급은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공급 부족이 최소한 3~4년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지역적으로 수요가 몰리는 강남 등지에서는 신축할 만한 땅을 찾기 어렵다.

■개인은 오피스 펀드에 편승=빌딩을 매입할 여력이 없는 개인도 오피스빌딩 투자에 편승할 방법은 있다. 바로 펀드 투자다.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은 지난달 한 포럼에서 “외국계 펀드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5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오피스빌딩 65개에 투자해 운영수익과 매각차익을 실현하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에게 돌아갔어야 할 기회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에는 오피스빌딩ㆍ호텔ㆍ백화점ㆍ임대주택 등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수익성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가 없었던 점을 개탄한 것이다.

자산운용사의 오피스빌딩 관련 펀드 수익률은 연 8.0% 이상으로 높다. 미래에셋맵스 프런티어부동산 투자신탁 4호는 서울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펀드로 18.89%의 높은 연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회사의 부동산 투자신탁 5호 펀드도 17.51%의 수익을 올렸다.

부동산펀드들은 도심권 오피스빌딩 매물이 부족해지자 아예 개발 초기 단계에 물건을 사들이고 있다. 개발업체들도 주상복합아파트를 포기하고 오피스빌딩 신축으로 선회하고 있다. 오는 9월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어서는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고, 빌딩을 지은 뒤 건물을 매입·관리해줄 든든한 ‘돈줄’이 있기 때문이다. 메릴린치ㆍ 맵스자산운용ㆍ마이다스자산운용ㆍ코람코 등 국내외 부동산 펀드 운용회사나 리츠회사가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피스 투자는 안전성이 높은 편이다. 건물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임대료를 받아 메우면 원금을 보존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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