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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가봐야 할 명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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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단편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이렇게 썼다. "킬리만자로는 6570m 높이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한다. 서쪽 정상은 현지 마사이 말로 '누가에 누가이'로 불리는데, 이는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이다. 그 가까이에는 미라 상태로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가 있다. 그런 높은 곳에서 그 표범이 무얼 찾고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까지 아무도 없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지구 온난화,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파괴될 위험에 처한 '더 늦기 전에 가봐야 할 명소' 중 하나로 킬리만자로산을 꼽았다. 포브스는 "헤밍웨이도 사로잡았던 이 거대한 순수의 하얀 빙원(氷原.ice fields)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하이오주립대의 로니 톰슨(지질학) 교수에 따르면 이미 2000년까지 82%의 빙원이 녹았으며, 지구 온난화 때문에 2015년에서 2020년이면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의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은 과도한 개발 때문에 망가진 경우다. 150만 에이커(약 18억 평)의 이 광활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플로리다 표범과 서인도 해우(sea cow.바다에 사는 초식성 포유동물)처럼 희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종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콘도미니엄과 쇼핑몰 등이 들어서면서 생태계의 절반이 파괴됐다.

갖가지 색깔의 산호초와 물고기떼로 유명한 호주의 대산호초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에서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날도 얼마 안 남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해양 생물 시스템을 자랑하며 2800개의 암초로 유명한 이곳도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녹조류가 웃자라 산호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남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섬, 중국 서남부 티베트 등의 생태계가 늘어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호텔 건설 등 지나친 개발로 파괴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 센터에 따르면 네팔의 카트만두 계곡, 남미 최대의 선사시대 유적지인 페루의 찬찬 지역도 원형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조사하는 월드워치 연구소의 조 차페 연구원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변덕스러운 날씨가 빙하와 빙원을 녹이고, 예상치 못한 비가 역사적인 장소를 부식시키고 있다"며 "몇 년 안에 더 많은 곳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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