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냐… 원내냐… 갈림길에 선 DJ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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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더이상 못밀려” 일단 초강경/민자 반응·여론따라 유동적
김대중민주당대표가 점점 가파른 선택의 기로로 몰리고 있다. 그는 자치단체장선거를 절대 못한다는 김영삼민자당총재의 자세와 관련,장외투쟁의 단기압박전술을 쓸지,아니면 국회에서 정부·여당을 몰아세울지를 놓고 고민스런 선택을 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일단 『이제 더이상 밀릴 수 없다』며 강경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17일 아침 미국 출국에 앞서 당무위원·의원총회연석회의에서 그는 단체장문제를 3당 영수회담·국회정상화 문제에 꽁꽁 묶는 강성기조를 택했다.
이기택대표는 아예 『단체장문제 해결없이 국회정상화를 얘기하는 것은 이적행위』라고 분위기를 몰고 있고,이부영최고위원 등의 「개혁정치모임」은 의원직사퇴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국혼란과 국회난항의 책임이 김영삼총재에게 있다고 몰아세우고 장외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김 대표의 귀국(20일)후에도 국회의 개점휴업상태가 일정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이달말까지 국회정상화와 단체장문제의 연계방침을 구사할 것은 분명하나 장기적으로 어떤 전략을 택할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이철총무가 『카드를 전면 등원하되 적절한 시기를 판단,단계적으로 내놓겠다』고 한 것은 일단 초강경 대응으로 민자당 반응과 여론의 동향을 떠보면서 다음 단계 전략을 짜겠다는 김 대표의 의중을 대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긴장수위를 한층 끌어올린뒤 여론흐름을 자기쪽으로 당기고,청와대와 김영삼총재사이의 갈등촉진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전략은 김영삼총재의 회견으로 더욱 들어맞아 가고 있다고 보는듯 하다. 그런 여파는 단체장선거의 관철 공간을 더욱 넓힐 것이고,또 안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와 같은 정세전개는 대선전략에 유리하게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
민주당은 김영삼총재가 평양에서 남북협상중인 정원식총리의 경질을 시사한 것은 『책임을 정부쪽에 떠넘기기 위해 민족염원도 안중에 없는 상식이하의 추태』라고 성토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김 총재가 침해했다는 지적과 함께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총재간의 간격을 한층 넓히려는 의도다.
민주당은 김영삼총재가 「대담한 개각」 발언으로 국면전환을 꾀하려는게 거꾸로 청와대와 사이가 더 벌어지고,정 총리까지 거론한 것을 「자질논쟁」으로 비화시켜 김 총재 회견의 약효를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
김 총재가 이통사태처럼 한 군수사건을 대폭 개각카드로 엎어치기해 개혁이미지관리에 활용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이날 자세로 미뤄 김영삼총재가 단체장문제를 재고하지 않는한 당분간 정국의 전면 대치상태가 쉽게 풀어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단체장선거가 관철되지 않으면 의원직사퇴·대선보이콧의 극약처방까지 동원될지는 미지수다.
김 대표는 화합과 합리를 주창하는 뉴DJ노선을 골간으로 대선을 치를 작정이고 그렇게 구도를 짜왔기 때문에 극한 선택은 새로운 부담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의원들이 내심 단체장문제와 국회운영을 분리접근하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도 강경대응자세의 장기간 유지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무엇보다 대선의 유리한 환경조성을 위해 단체장선거 관철에만 매달려 국정을 무한 표류케 한다는 여론의 비판이 드세질 경우를 김 대표는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 대표는 이달말까지 밀어붙인뒤 최종 선택을 뒤로 미루고 정국해결의 공(구)을 김영삼총재에게 떠넘기는 수순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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