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국교수의LOVE TEETH] 입냄새 없애고 건강도 얻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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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그는 섹스를 바라고, 그녀는 로맨스를 원한다…"

존 그레이는 '침실에서의 화성과 금성'에서 이렇게 글머리를 연다. 남녀 간의 생리적 구조의 차이가 어떻든 서로의 신체 접촉은 영혼의 문을 열게 하는 열쇠다. 그래서 연인들은 코를 맞대고 둘 만의 밀어를 속삭이며 사랑을 시작한다. 입냄새가 달콤하기만 하다면.

산업사회는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요구한다. 두 사람이 만나 의견을 나누는 산술적 거리는 그들 사이의 친밀도를 반영한다. 이 때문에 만남을 위해 의상을 챙기는 시각적 준비뿐 아니라 상큼한 향수 같은 후각적 준비, 몇 마디 정도의 유머와 같은 청각적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연인이든 업무상 만남이든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가 갑자기 거리를 두면 불편하다. 비언어적 불만의 의견표시로 간주한다. 대화 내용이 불만스럽다면 말로 해결할 수 있지만, 입냄새 때문이라면 현장에서 해결 난망이다.

자신의 입냄새 때문에 상대방이 멀찍이 거리를 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분위기는 썰렁하게 된다. 또 상대방의 입냄새를 피하기 위해 몸을 뒤로 움직였음에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다가올 때는 고통에 가깝다. 입냄새는 드물게 당뇨병.만성신부전.장폐색과 같은 전신 질환이나, 콧속 이물질.축농증(상악동염).목구멍의 염증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구취의 원인은 입안에 있다. 이를 잘 닦지 않아 치태가 있는 경우는 물론 충치, 잇몸 염증, 불량한 의치, 흡연.음주, 그리고 비뚤게 위치한 사랑니와 혀 바닥에 하얗게 부착된 설태가 주된 원인이다. 입냄새는 또 음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가 공통으로 섭취하는 음식물 때문에 한국인의 입냄새는 서구인과는 달리 변냄새와 유사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긴장했을 때, 식사를 걸렀을 때 나는 입냄새는 정상이다. 따라서 식사를 하고 이를 닦으면 저절로 없어진다. 특히 아침 식사를 꼭 챙기는 일은 건강뿐 아니라 입냄새를 없애는 중요한 습관이다.

입냄새가 어떤 화학 반응에 의해 생기는지를 아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단지 치아와 잇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입냄새도 없애고, 사랑하는 사람과 코를 맞대고 속삭이듯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구취를 없애기 위한 방법으론 이닦기만이 가장 유일하고, 손쉬운 방법이다. '하루 세 번'이라는 구호는 무시하자. 마치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손을 닦는 것처럼 작은 칫솔을 가지고 다니며 음식물을 섭취한 후엔 잠깐이라도 이를 닦자. 이를 닦으면 치아가 건강해질 뿐 아니라 잇몸의 혈류를 자극해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잇몸이 튼튼해진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그이와의 10㎝ 거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닌가.

박영국 교수 경희대치대 교수.교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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