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건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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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왜 이토록 치아가 나빠질 때까지 그냥 방치하셨지요.』병원에 올 시간도 없고 사업하느라 경황이 없었지요. 원체 바빠서요….』『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사업도 다 잘먹고 건강을 지키면서 해야지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돈을 벌어 무엇 하려고 하십니까.』『이제야 후회가 됩니다. 사실은 무식했던 탓이지요. 치아가 이렇게 중요한 것인줄 미처 몰랐습니다.』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 사회적 기반을 갖추고 경제적 여유도 생져 지금부터는 무엇을 먹을까 하는 걱정보다는 어떻게 근사하게 먹을까를 고민할 정도로 여유로워진 사람들이 막상 근사한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치아가 부실하거나 건강이 나빠 제대로 먹을 수없는 지경에 도달한 사람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본인도 그제서야 안타까운 나머지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어떻게라도 잘 씹어 먹을 수 있도록 치료해 달라고 졸라댄다. 돈을 벌만큼 번 사람들은 세상에 돈이면 안되는게 없다는진리(?)를 익히 배운탓인지 돈이면 건강도 살 수 있고 부실한치아도 하루아침에 새집 짓듯 말끔히 새로 깃고 단장하면 될 것 같은 생각을 하고있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미련한 사람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경황없이 사업에만 몰두해 많은 돈을 벌고난후 덜컥 큰 병이 들었다. 의사를 찾아온 그는『내가 번 돈을 다줄테니 내 병만 고쳐주시오』라고 의사에게 애원했다지만 법은 돈으로만 고칠 수 없고 건강도 돈으로 살 수 없다.
바빠서 병원에 올 시간이 없었다고 궁색한 핑계를 대는 사람치고 정작 병원에 올 시간이 없을만큼 바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정작 분주하게 뛰면서 합리적으로 사업하는 사람들은 바쁜 와중에도 건강을 위해 시간을 쪼개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문제는 바쁜데 있는게 아니라 건강에 관심이 없었거나 건강을 소홀히 생각했던 무지의 탓에 있다. 건강이란 관심있게 관리하는 부지런한 사람의 몫이지 게으르고 무관심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이 아님은 물론이다.
열심히 일하고 그 후에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사는 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려면 우선 건강해야 하고, 건강하려면 치아가 튼튼해야 할 것이다. 치아는 건강의 원초적이고 으뜸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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