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석유채굴권 확보 위해 자이툰 파병 연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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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말 임무 종결되는 이라크 아르빌 주둔 자이툰 부대의 파병 기간을 국익을 위해 한 번 더 연장해야 한다는 제안이 국책 연구기관에서 나왔다.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23일 "자이툰 부대의 철수를 현 시점에 확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국익을 위해 파병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김장수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해 자이툰 부대의 파병 기간을 2007년 말까지 연장하는 대신 국회의 요구에 따라 자이툰 부대의 '임무 종결계획서'를 올 7월까지 국회에 제출하기로 한 바 있다.

김 장관은 KIDA 연구팀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파병 시기의 연장 단위는 1년이다. KIDA의 보고에선 자이툰 부대 파병을 연장해야 하는 첫째 이유로 '한국 기업이 이라크에서 더 많은 비즈니스 활동을 벌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고 한다.

자이툰 부대가 아르빌에 수도를 두고 있는 쿠르드 자치구역을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지만 정작 경제적 실리는 일본이나 중국 등 제3국 기업들이 많이 취했다는 것이다. 테러 단체에 의한 김선일씨 사망 사건 이후 한국 기업의 이라크 지역 진출이 금지돼 왔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이 지역에서 석유 채굴에 대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이툰 부대의 파병이 연장돼야 한다는 이유도 붙었다. 아르빌 남동쪽 30㎞에 위치한 디바가 지역에 200개 이상의 유정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 말 이후 이 지역 개발 권한이 쿠르드 자치정부(KRG)로 이양되면 2008년 본격적인 유전 개발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그동안 사담 후세인 정부의 폭압을 피해 유정을 공개하지 않았었다.

KIDA는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자이툰 부대가 내년에도 주둔해야 쿠르드 자치정부의 유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고 김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나우자드 하디 이라크 아르빌 주지사는 올 3월 현지를 방문한 한국 언론에 "자이툰 부대가 아르빌에 계속 남는 게 한국 기업의 진출에 유리할 것이다. 아르빌 주정부는 건설.유전 개발에서 한국 기업에 우선권을 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KIDA 연구팀은 자이툰 부대를 올해 철수시키면 이라크 지역에 잘 구축된 한국 비즈니스의 기반을 제3국에 넘겨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군들이 이라크에서 배척받고 있지만 자이툰 부대는 쿠르드 자치 지역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자이툰 부대를 '신이 보내준 선물'이라고까지 칭찬하며 파병 연장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자이툰 부대의 임무 종결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며 "6월부터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자이툰 부대=이라크 전쟁 이후 혼란에 빠진 이라크의 치안 회복을 위해 북부 쿠르드족 자치정부의 수도 아르빌에 파병된 비전투병 부대. 자이툰은 아랍어로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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