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 관계 급속 냉각/옐친 방일연기싸고 양국 서로 비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모스크바·동경=외신 종합】 13일로 예정됐던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일본방문이 9일 전격 연기됨에 따라 러시아·일본 양국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그동안 양국은 일본 북방 쿠릴열도 4개섬 영유권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입장대립을 보여왔었다.
옐친대통령은 지난 9일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본총리에게 방일 무기연기를 전화로 통고하면서 『중대한 국내문제 때문』이라고 말했으나,11일 체복사리에서 지방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방일연기는 북방 4개섬 문제해결을 위해 러시아 입장을 도외시한채 단번에 최종결론을 내려는 일본정부의 강경 입장 때문에 취한 것이라고 말해 일본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옐친대통령은 『따라서 성과가 없을 것을 뻔히 알면서 일본을 방문할 이유가 없음은 자명하다』고 말하고 『지난해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이 일본방문시 학생데모대에 쫓겨다니던 전철을 밟을 생각이 추호도 없기 때문에 방일을 포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 일본외상은 12일 러시아에 대한 지원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내달 28일 일본 주도로 동경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국제원조회의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와타나베외상은 『러시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회의 의장으로서 이같은 국제회의를 열 아무런 의의가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편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외무장관은 12일 옐친대통령의 방일 연기조치이후 러시아·일본 양국에 자제를 촉구했다고 에다무라 스미오 주러시아 일본대사가 밝혔다.
에다무라대사는 이날 코지레프장관이 자신과의 요담에서 양국 지도자들의 강경발언과 관련,상호자제를 당부한 옐친대통령의 뜻을 전달해왔다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