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출가한 여성의 종중원 자격은? - "현실에 맞게 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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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출가한 여성을 종중(宗中)의 구성원으로 인정할지에 대해 반대하는 네티즌이 많았다. 이들은 여성을 배제하는 게 수백년간 내려온 전통인 데다, 종중에서 여성이 기여한 몫이 적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시대 변화에 따라 여성의 지위와 역할도 바뀐 만큼 당당하게 종중 구성원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술 기자

사회가 변하면 법도, 관습도, 판례도 변하는 법이다. 만일 사회는 급속히 변하는데 전통이라는 미명으로 옛 모습만 고집한다면 그러한 규범은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부분 종중은 제사와 친목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규약에서 종중원의 자격을 성년남자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 그리고 평등권에 반한다. 단지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종중원의 자격을 원천적으로 박탈함으로써 여성으로 하여금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종속된 개체로서의 삶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또 재산권 보장에도 반한다. 여성 후손들로 하여금 종중 재산을 전혀 사용.수익.처분할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그 과실을 공유할 수도 없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녀 차별적인 종중 규약은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유엔 협약'에도 위반된다.

이와 같이 여성을 종중원에서 배제하는 종중규약은 위헌으로 마땅히 철폐되어야 하며, 단지 관습과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치시킨다면 그것은 문명사회라 할 수 없다. 끝으로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공론화된 이번 기회에 여러 가지 법적 분쟁을 야기하는 종중에 관한 제반 사항을 통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일반법을 입법화할 것을 제안한다.

박선영 가톨릭대 교수.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