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금」이 뭐길래…/하부조직 방문때 상사 「금일봉」 사기진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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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금액 천차만별… 10만원선서 수천만원까지/충남지사 총선앞둔 돈봉투는 「순수성」의문
「격려금」「금일봉」으로 표현되는 「윗분」들의 돈봉투­.
「한국적 풍토」속에서 민간기업·관·군을 막론하고 조직 구성원의 사기진작과 단합을 명분으로 윗사람이 쥐어주는,조직이 굴러가기 위한 「필수 윤활유」로 인식돼온지 오래다.
관료조직의 경우 상사가 하부조직을 방문할때엔 반드시 격려금을 지급하는 「봉건적 관행」은 일제때부터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종국 충남지사가 3·24총선을 앞두고 연기군내 읍·면장에게 전달한 돈은 과연 순수한 「격려금」으로 볼 수 있을까.
한준수 전 연기군수의 양심선언으로 관권개입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언론사엔 이 지사의 격려금을 불법선거자금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격려금」은 대통령에서부터 정치인·장관·시장·지사·검찰·경찰·군 등 모든 관료조직에서 건네지지만 지급액수·방식은 조직이 갖고 있는 권력·금력의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
대통령의 금일봉은 한번에 1백만∼수천만원,매달 「쓰는 돈」이 수억원에 달하는 서울시장도 챙기고 보살펴야 할 대상이 워낙 많아 수십만∼수백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도 일선서·파출소를 방문할 때마다 1백만원,10만원 정도를 격려금으로 전달한다.
각부 장관,검찰총장,군수뇌부,지방행정·경찰의 장급,심지어 입·사법부의 수장에 이르기까지 격려금 지급은 뿌리깊은 관행으로 젖어있다. 문제는 이 충남지사의 경우처럼 선거철을 앞두고 전달되는 격려금의 성격이다.
주는 쪽에선 『방문때마다 관행적으로 줘온 것이 아니냐』고 항변하지만 아직 공무원=여당운동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태에서 인사권자가 하부조직을 찾아다니며 전달하는 격려금은 「알아서 선거를 잘(?) 치르라」는 무언의 압력이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철에 인사권자들의 방문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되고 게다가 「격려금」까지 받았을때 하위직 공무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은 불문가지라는 이야기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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