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김해 민심, 봉하마을 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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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스스로도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고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후 좀 나아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국민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사람이 더 많다. 그런 노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돌아간다. 친형 건평(65)씨 부부도 이곳에 산다. 그가 여생을 보낼 고향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어떨까. 22일부터 3일간 마을 주변을 꼼꼼히 돌아봤다. <중앙sunday 5월 27일자 1, 2면>

주민들이 기억하는 노 대통령은 소박한 사람이었다. "그 양반 부모님이 딸기 농사를 좀 지었어예. 그런데 차에 실으면 딸기 문드러진다꼬 노 대통령이 그걸 먼 읍내까지 직접 져 날랐다 아입니꺼." 노 대통령이 태어났던 생가에 현재 살고 있는 김영자(62)씨의 말이다.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 지낸 사람들 입에서 나쁜 말이 나오긴 어렵다. 마을의 누구를 잡고 물어도 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지 않았다. "정직하다" "남북관계를 잘 풀었다"는 등의 얘기들이었다. 기자는 2004년부터 열린우리당을 출입했지만 노 대통령에 대한 이런 칭찬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어렵게 만난 건평씨는 동생 얘기만 나오면 한숨부터 쉬었다. 인터뷰 첫머리에 '대통령이기 전에 동생인데 안쓰러울 때가 없느냐'고 묻자 한동안 말없이 담배만 뻑뻑 피우기도 했다.

동생의 최대 업적이 뭐냐는 질문에는 "큼직큼직하니 민주 발전에 노 대통령만치 개혁을 한 사람이 또 누가 있노"라며 '노무현 디스카운트'에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동생이 오면 옛날 함께 자랄 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테지"라고 기대도 했다.

봉하마을은 40여 가구 120여 명이 사는 작은 곳이다. 노 대통령은 퇴임 후 이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 같다. 그를 사랑하는 형과 마을 사람들이 있어서다. 그러나 좁은 마을 울타리를 벗어나 전 국민에게 평가받는 전직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김해시내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노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당장 "빈부 격차만 늘려놨다"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다"는 차가운 대답들이 돌아왔다. 봉하마을의 평가가 다른 곳으로도 확산되길 바란다면 그건 전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퇴임까지는 9개월 남았다. 짧지 않은 시간이다.

김선하 중앙SUNDAY 정치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