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 걸린 정보산업 육성(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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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담차 한국에 오는 외국의 비즈니스맨들은 대부분 퍼스널 컴퓨터(PC)를 휴대하고 다닌다. 이 PC를 통해 본사와 정보를 주고 받으며 즉각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한국기업의 관계자들은 중역실을 오르내리며 외국기업의 흥정에 대한 최종 결심을 받아내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보산업은 바로 이러한 차이 이상으로 뒤져있다.
대만이나 싱가포르마저 10여년 전부터 추진해 왔던 「정보산업 육성 국가전략계획」에 이제서야 정부가 눈을 뜨고 실무기획단을 구성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세계산업의 흐름에서 얼마나 뒤져있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정보산업이 중요하다는 정부의 인식은 어디까지나 말에 그쳤지 종합적인 정책으로 나타나지 않었었다. 하다못해 주요 기업체들이 만들어내는 컴퓨터 제품간의 호환성 마저 없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정부의 종합적·효율적인 정보산업 정책이 채 마련되지 못했던 작년만 해도 컴퓨터 주변기기나 통신기기·반도체·정보서비스(소프트웨어)·정보통신서비스 등의 생산액은 1백98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같은해의 수출뿐만 아니라 국민총생산액의 증가율을 훨씬 앞선 것으로 그만큼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컴퓨터 시스팀기술 등은 이제 간신히 모방에서 독자적인 설계기술로 넘어가는 단계다. 가공 및 조립기술이 선진국 수준에 접근한 반도체 부문도 설계·자동화 쪽에선 많은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소프트웨어 기술쪽은 더더구나 말할 필요조차 없다.
하나의 상품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정보산업 하면 그저 전화나 반도체칩 정도만이 연상되는 시대도 아니다.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된 정보화 시대에는 정치·경제적 사고도 거기에 맞게 굴러가야 적절한 정책이 나오고 그래야만 경쟁력 있는 상품이 탄생될 수 있다.
정부가 국가전략상 정보산업을 육성해야겠다는 방침을 결정했다면 관련산업에 대한 획기적인 세제 및 금융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정보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일류기업이 육성되기 위해서는 완제품 조립을 맡고 있는 대기업과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상호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또 자원과 인력이 이 분야로 집중되는 과정이 산업조직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이런 바탕위에 전문업종이 자리잡지 않고서는 이미 우리를 훨씬 앞서가고 있는 대만이나 싱가포르를 추격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기술보호주의가 강화 되는 현 상황에서 이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 산업고도화에 커다란 제약요인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정보산업 육성에 정부·기업이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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