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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의 생활|향기 발산 방습·방수 악취제거 자동색상|보온보다 옷 기능 중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서기2000년 8월26일 오전11시.
평일 휴무를 느긋하게 즐기고 있던 T씨는 오후에 승마를 하러가자던 Y씨의 말이 불현듯 생각났다.
3년 전 빅토리 승마클럽에 가입하면서 알게된 Y씨는 나이도 같을 뿐 아니라 독신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것 등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아 쉽게 친숙해졌다.
이들은 지난해 함께 돈을모아 말을 한 필 사기로 약속하고 드디어 지난 봄에 승마용 말을 공동 구입, 시간이 날 때마다 둘이서 승마를 즐겨왔다.
T씨는 가을 승마복이나 한 벌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원격조종기의 단추를 눌러 컴퓨터를 켰다.
의류백화점 승마복코너를 불러낸 T씨는 가을 신상품을 컬러화면을 통해 살펴보다가 탈취제 성분을 섬유에 집어넣어 냄새가 배지 않게 하고 뛰어난 방오 성으로 오랫동안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한 다기능 신 섬유의 승마복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이젠 골치 아픈 말 냄새도 안녕 이로군.』
T씨는 휘파람을 불며 자신의 사이즈를 입력시켰다.
2000년대를 지배하는 대표적인 가치관 중의 하나는 환경과 건강을 중시하는 것이 될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전망하고있다. 따라서 디자인이 큰 비중을 차지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2000년대의 의생활에서는 소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본다.
디자이너 이신우씨는『2000년대에는 유행에 좌우되는 의생활은 크게 줄어들고 각기 남과 다른 개성을 창조하는「개성 미」의 추구로 변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옷이 날개」라는 관념도 없어지게 된다.
XX브랜드,▲▲▲디자이너제품 등 자신의 신분을 의류를 통해 과시하려는 경향은 사라지고 대신 옷을 입은 이의 생각과 철학이 표현되는 차림새로 전환된다.
따라서 2000년대는 각 옷을 나름대로 선택해 조화시키는 코디네이션의 능력이 의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된다.
「멋쟁이」로 칭송 받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2000년대에도 여전해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코디네이션 강좌가 문전 성시를 이루며, 「패션 어드바이저」또는「패선 컨설턴트」가 인기 직종으로 부상한다.
이 같은 경향은 의류판매점에도 영향을 미쳐 디자이너가 제시한 옷을 바이어가 선택 주문하여 제조해내며, 이를 판매하는 업소에서도 매장을 관리하는 스토어 매니저와 소비자와의 상담을 거쳐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옷을 추천하는 어드바이저가 따로 있어 소비자들의 구매행위를 돕게된다.
2000년대 의생활에 있어서 또 하나의 변혁으로 예상되는 것이 레저 복 붐.
휴식과 일이 철저히 분리되는 사조에 따라 의생활에 있어서도 작업복과 레저 복의 구분이 보다 분명해지며 특히 스포츠 웨어가 러시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디자이너들은 직업의 세계에서는 남녀 동등이 이루어질 것이므로 작업복에서는 남녀의구별이 잘 안가는 유니섹스 모드가 유행할 뿐 아니라 남성복을 여성들이 입는 등 자유로운 의생활을 즐길 것으로 점친다. 반면 레저 복에 있어서는 성차별을 한껏 강조한 디자인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고있다.『2000년대 의생활의 혁명은 첨단 섬유가 주도해갈 것』이라고 임승정 교수(한양대·섬유공학)는 말한다. 특히 인체의 건강 측면과 패선 감각을 극대화한 첨단 섬유들이 앞다퉈 개발될 것이라는 게 임 교수의 주장이다.
땀을 흘릴 경우 몹시 끈적거리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땀을 쉬 흡수하면서 피부에 들러붙지 않는 섬유를 개발해 쾌적함을 추구해나간다. 각종레저의류들도 승마복·등산복·스키 복·낚시 복 등으로 세분화돼 각기 특징에 따라 기능을 보완하는 섬유로 만들어진다. 예컨대 등산복의 경우 땀을 잘 빨아들이는 동시에 빗물은 스며들지 않으며, 보온의 기능이 있어 외부 기온의 변화를 견딜 수 있는 섬유로 만들어진다.
2000년대 생활의 풍요는 채식 위주였던 우리네 식생활패턴을 동물성 식품위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자연적으로 체취를 발생하게 돼 의복을 통해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질 것으로 섬유공학자들은 내다본다.
최근 일본에서 개발된 방향성 섬유는 향기 나는 물질을 소형 캡슐에 집어넣어 머플러 등에 코팅하여 이를 스치면 캡슐이 터지면서 냄새가 나도록 한 것. 그러나 2000년에는 이보다 더욱 발달돼 아예 실을 만들 때부터 방향성 물질을 집어넣을 수 있게 돼 세탁 후에도 효능이 지속되는 섬유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방향성 섬유 못지않게 인기를 모을 것으로 얘기되는 것은 탈취 성 섬유. 2000년대에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성인병이 많아져 장기간 누워서 지내야 하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이들 가운데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음식냄새나 체취를 없애기 위한 목적에서 뿐 아니라 환자 간병 차원에서도 탈취 성 섬유의 개발이 필요하게 된다.
이미 일본에는 알데하이드 등의 냄새 요인을 분해시켜 냄새를 없애는 섬유가 개발돼 환자용 보료로 활용되고 있다. 2000년대에는 강력한 탈취제인 아스코빅산 등을 적당히 변환시켜 집어넣어 개발한 섬유들이 실용화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러움을 방지하는 방오성 섬유 또한 2000년대의 총아가 된다. 지금까지 개발된 방오성 섬유는 세탁 후에는 기능이 상실되는 단점을 지녔다. 이 같은 결점을 보완하여 내구성이 있는 방오성 섬유가 등장, 의류의 전 아이템에 확대된다.
건강에 관한 관심의 고조는 옷의 보온성과 통기성에 대한중요성을 새롭게 인식시키게 된다.
금속 증착막을 병용하여 인체로부터 복사되고 있는 열 에너지를 방사시켜 보온성을 지니는 한편 바늘구멍 같은 작은 구멍을 통해 투습 성도 지니는 섬유가 등장한다.
또 안전의 측면에서 난연 성이 중시돼 어린이의 옷은 불에 타지 않도록 난연 성에 대한 규제를 실시해 종래의 합성섬유처럼 불이 불으면 피부에 들러붙어 화상을 심화시키는 위험에서 어린이를 보호하게끔 제도도 마련된다.
아크릴 섬유의 대전 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제전성 섬유도 선보인다.
의복의 마찰로 인한 정전기는 약1천 볼트 정도. 이것이 3천 볼트가 넘을 경우 인체에 쇼크가 오게 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개선이 끈질기게 이루어져 착용시 정전기의 발생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세탁시의 어려움까지 해결해내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에는 패션 성이 강한 꿈의 섬유들도 앞다퉈 개발된다.
햇빛·공기중의 습도·온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카멜레온 섬유, 다중박막구조로 특정파장의 방사 광을 이용한 발색섬유 등을 이용한 패선 의상들도 눈길을 끌게 된다.
옷을 만들 때에도 습기에 대한 형상기억합금을 브러지어나 옷의 벨트부분에 활용하여 자동적으로 줄었다 늘었다 하게 함으로써 편안하게 옷을 입을 수 있게 바뀐다.
임 교수는『환경보호의 차원에서 입는 횟수가 적은 파티용 드레스 같은 종류의 옷은 썩을 수 있는 소재로 된 일회용 감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보이지 않는 옷」「투과성 옷」같은 것도 결코 꿈이 아닌 현실로 등장할 때가 올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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