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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테니스로 재무장 투혼 불살라|나므라틸로바「미국오픈」탈환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철(철)의 여인」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35)가 「팀 테니스」로 재무장, 올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대회인 미국오픈(31일∼9월13일·뉴욕)제패를 위해 집념의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과 남성을 뺨치는 강인한 체력의 나브라틸로바가 35세의 고령(?)에 걸맞지 않은 강 서브와 네트플레이 등 전성기 때를 방불케 하는 실력으로 5년 만에 미국오픈 정상복귀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나브라틸로바의 이 같은 야심은 최근 세계1위인 모니카 셀레스(18·유고)가 윔블던 결승에서2위인 슈테피 그라프(23·독일)에게 패하고 그라프는 다시 올림픽 결승에서 신성 제니퍼 캐프리어티(16·미국)에게 패하는 등 여자테니스 계가 절대강자 부재를 맞은 시점과 맞물려 주목된다.
나브라틸로바는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맨해턴 비치에서 벌어진 총 상금 35만 달러 (약 2억7천3백 만원)의 LA버지니아슬림스 테니스대회에서 셀레스를 2-0(6-4,6-2)으로 완파하고 당당히 우승, 「철녀」의 면모를 유감 없이 과시하며 세계랭킹 3위로 뛰어올랐다.
나브라틸로바는 특히 강력한 서브에 이은 과감한 발리 등 단조로운 스트로크에 의존하던 여자테니스 계에 일대 변혁을 몰고 왔던 자신의 장기를 이날 완벽하게 구사, 지난 7월 윔블던 단식 준결승에서 셀레스에게 패했던 설움을 앙갚음하며 이젠「퇴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주위의 냉소 어린 평가를 일축해버리고 말았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나브라릴로바는 통산 1백60회의 단식타이틀을 쟁취, 크리스 에버트(미국)가 갖고있던 이 부문 최고기록(1백57회 우승)을 이미3개나 경신하는 대기록을 세웠으며 7만 달러를 우승상금으로 추가, 이제까지 모두 1천8백만 달러(약1백40억 여 원)를 상금으로 챙기는 기염을 토했다.
30대 중방의 나이에 아랑곳없이 세계정상의 라켓을 휘두르는 나브라틸로바의 힘의 원전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을 새롭게 개발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엄격한 자기관리로도 유명한 나브라틸로바는 최근의 침체를 타파하기 위해 지난해 아틀랜타 선더 클럽에 가입, 팀 테니스로 자신을 자극해 큰 도움을 얻었다고 털어놓는다.
팀 테니스는 2팀, 또는4∼5개의 팀이 돌아가며 팀 대항으로 경기를 펼치는 것.
즉 한 팀에 소속된 선수는 타 팀의 선수와 단 한 세트로 승부가 가려지는 경기를 펼치며 여기서는 어드밴티지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두 팀의 승패가 같을 경우 게임의 득실수로승부를 가리기 때문에 지더라도 최대한 많은 게임을 따낼 필요가 있다.
나브라틸로바는 바로 이 팀 테니스로부터『상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긴장으로 재무장, 위기관리 능력을 배양할 수 있었고 다양한 상대를 대상으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훈련을 쌓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팀 테니스는 나브라틸로바에게 이 같은 실전상황에서의 훈련뿐 아니라 정신적인 위안을 제공, 큰 몫을 했다.
즉 지난해 내내 나브라탈로바를 괴롭혔던 동거녀 주디 넬슨과의 걸별로 인한 재산분배소송으로부터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게끔 나브라틸로바를 붙들어 줬던 것.
미국오픈 제패 후에는 9월로 예정된 지미 코너스(39·미국)와의 성 대결에서도 승리, 여성의 주가를 한층 올리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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