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목록 안낸 채무자 실형/서울지법/패소하고도 법원명령 안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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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경기로 채무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민사재판에 지고도 빚을 갚지 않은채 재산목록을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에도 불응,불구속기소된 채무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형사지법 1단독 박해성판사는 21일 1천2백만원의 빚을 갚지 않은채 재산명시서를 제출치 않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주)콤배트 대표 임춘호피고인(46·서울 논현동)에게 민사소송법 위반죄를 적용,징역 6월을 선고했다.
지금까지 가짜 재산목록을 제출,재산을 숨기려한 채무자가 구속되거나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적은 있으나 재산목록을 내라는 법원의 명령을 지키지 않아 실형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민사재판에 이기고도 빚을 받지 못하는 선량한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악덕채무자를 가볍게 처리할 수 없다』며 『특히 세차례나 법원의 소환명령에 불응한 점은 사법부의 권위를 확립한다는 면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을 수감하지 않는 편이 채권자가 뒤늦게라도 돈을 받기 쉬운 점을 참작,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임 피고인은 지난해 11월 회사대표 고모씨로부터 빌린돈 1천2백만원을 갚지 않아 고씨가 낸 대여금반환소송에서 패소,지급명령을 받은뒤 재산명시를 위한 법원의 소환에 불응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임 피고인에게 적용된 민사소송법조항은 90년 9월 개정된 것으로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고도 빚을 갚지 않은 채무자에 대해 채권자가 재산명시신청을 내면 법원은 재산명시기일을 지정,소환장을 보내 강제로 재산목록을 제출받게 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3년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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