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가폭락 국제금융 교란 우려/경제전문가들이 보는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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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해외융자 회수땐 세계경제 휘청/한국 증시에도 심리적 영향 미쳐
동경증시의 주가가 지난 6일부터 연일 큰폭으로 하락,닛케이(일경)지수가 77개월만에 1만5천엔대가 무너지고 1만4천엔대도 위협함으로써 세계 금융·증권시장에 재차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동경증시의 하락은 런던·프랑크푸르트 등 유럽증시와 동반하락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그 하락폭이 워낙 크고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지 증권분석가들은 일단 닛케이지수 1만4천엔대에서 버티기를 하겠지만,이 선이 무너질 경우 1만3천엔대와 1만2천엔대의 붕괴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경기 및 주가부양을 위해 여러차례에 걸친 금리인하·긴급 경제대책(92년 3월) 등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락세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닛케이지수 하락률은 올들어서만 38%,사상 최고치인 89년 12월29일(3만8천9백15.87엔)에 비하면 63%에 이르고 있다. 일본 증권사들은 국내외 점포수를 줄이고 봉급을 깎고 직원의 신규채용을 줄이는 등 감량경영에 들어갔다.
국제경제전문가들은 일본증시 침체가 세계경제에 가져올 부정적 영향으로 우선 세계자금 사정의 악화와 국제금리 상승 가능성을 꼽고 있다. 일본의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일본 기업들은 미국 국채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해외에 투자한 돈이 많은데 형편이 어려워 이를 본격적으로 회수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심각해지며 미국과 유럽 등의 경기회복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아직까진 두드러진 현상은 아니지만 일부 일본 은행들과 기업체들은 주가폭락에 대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지난해 4백억달러를 회수하는 등 해외에 투자했던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특히 일본 은행들은 거품경제의 붕괴로 부동산관련 불량자산을 많이 갖고 있어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서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기자본비율 8%를 지키기 위해 대출을 회수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주가하락의 장기화는 미국의 달러가치를 올려(엔화 하락) 미국의 수출이 줄게 되고 그만큼 미국의 경제회복이 더뎌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닛케이지수가 1만4천엔대마저 붕괴된 뒤에도 줄곧 하락해 일본의 해외금융자산·실물자산 매각이 급증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지난 30년대에 미국 주가 폭락후 발생한 대공황과 같은 세계경제의 마비상태도 우려된다,
그러나 국내업계는 동경증시의 주가하락이 직접적으로 우리 주식시장이나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으리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한국증시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며,한국안의 일본자산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동경과 한국증시 주가하락이 비슷한 의미의 거품해소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일본의 경우 은행까지 부실화돼있어 국내와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리적인 부담감은 있으며,한국기업이 해외에서 전환사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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