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m차타고 1위골인 "들통"|1904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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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림픽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라톤 경기는 그 화려함만큼이나 뒷얘기도 많이 낳았다. 그중에서도 우승에 눈이 먼 선수들이 지금으로선 생각조차 할수없는 엉뚱한 반칙을 사용한적도 있었다.
제1회 아테네 대회에서 주최국 그리스의 스피리돈루이스는 열광적인 관중들의 환호속에 1위로 골인했다. 최초의 근대 마라톤우승자로 기록된 루이스는 하루아침에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라 백만장자가 되었다.
그러나 루이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던 스피리돈밸로카스는 영광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은 고사하고 천신만고 끝에 차지한 메달과 러닝셔츠까지 도로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경기도중 몰래 달리는 마차를 탄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1904년의 세인트루이스 대회에서 속임수는 한층 도를 더해갔다. 40km를 넘게 달려온 선수답지않게 싱싱한(?) 표정으로 가장 먼저 장내에 모습을 나타낸 뉴욕 출신의 프레드 로저는 트랙을 돌아 여유있게 1위로 골인했다. 곧이어 로저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과 함께 사진까지 찍으며 축하무드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은 잠깐, 로저의 목에 금메달이 걸리려는 순간 그가 마지막 14km구간을 차를 타고 편안히달린 사실이 밝혀지고 만것이다. 로저는 이 사건으로 메달을 잃은 것은 물론 평생 출전금지 조치를 당하는 벌을 받았다.
72년 뮌헨올림픽에선 장난기 있는 관중이 몰래 운동장에 숨어들어와 트랙을 두바퀴나 달려 선두 주자가 나타난 것으로 생각한 관중들로부터 환호를 받은일도 있었다. 그는 한참 뒤 진짜 우승자인 미국의 프랭크 쇼터가 나타난 다음에야 가짜임이 밝혀져 경비원들에 의해 퇴장당하는 소동을 벌였다.
우승을 위해 일부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 그러나 올림픽 초기에는 지금처럼 정교한 도핑 검사·처벌제도가 정착되지 않아 선수들이 경기중이나 후에 약물피해를 보는 일이 자주 있었다.
제3회 세인트루이스대회 마라톤에서 우승한 미국의 토머스 힉스는 경기전 신경흥분제의 일종인 스트리키닌과 브랜디를 마시고 출전, 1위로 골인했지만 거의 초주검이 되고말았다. 샴페인을 마시고달린 일부 선수들은 경기도중 복부경련을 일으켜 경기를 중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막판 2km지점이 「지옥의 언덕」으로 불릴 정도로 급경사를 이루는데다 섭씨 30도 이상의 폭염이 선수들을 괴롭힐 이번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은 어떤 뒷얘기들을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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