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IA 「경제스파이」변신/탈냉전시대 맞아 진로 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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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활동범위 싸고 논란… 비밀청문회까지/외국기업 정보수집에 기본목표 둘듯
냉전시대 소련에 대한 스파이 활동과 반스파이 활동을 주로 하던 미국 CIA가 탈냉전시대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임무를 찾아 나서고 있다.
CIA가 나갈 새 방향은 당연히 경제정보쪽이어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그러한 변신이 여러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방향잡기에 진통을 겪고있다.
그동안 조지 부시대통령은 CIA 활동이 경제분야에 주력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으며 CIA 내부에서도 많은 변화를 시도해왔다.
우선 새로 충원하는 요원은 경제분석가나 기업분야에서 활동했던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으며,이에 따라 CIA는 미국정부기관중 경제전문가·박사학위 소지자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CIA가 경제정보 활동을 어느선까지 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일고있다.
미국정부의 정보원이 다른나라 기업의 정보를 훔쳐내 국내 경쟁업체에 제공하는 경우에서부터 소극적으로는 있으나마나한 미미한 정보를 형식적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과연 CIA가 어디까지 활동해야 하는가를 놓고 비밀청문회를 열었다.
이 청문회에서 기업측 인사들은 미국기업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CIA가 보다 적극적으로 경제정보 수집활동을 벌여 이를 기업과 공유하기를 희망했다.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은 제3국의 스파이들이 미국을 겨냥해 활동을 벌이는 우선순위가 첫째는 미국의 첨단산업 정보를 캐내 가는 것이며,둘째는 일반경제정보·기술을 빼내 본국경제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외국정보기관과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CIA는 적극적인 경제스파이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을 할 경우 생기는 부작용도 적지 않기 때문에 스파이활동 수준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정부기관이 설사 그러한 중요산업 정보를 캐냈다고 해도 같은 종류의 많은 기업 가운데 어느기업에 이 정보를 주느냐가 문제다.
같은분야의 모든 기업에 정보를 흘릴 경우 이미 정보로서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또 특정기업에 흘린다면 정경유착이 되며,이를 받는 기업은 정부의 손에 장악될 수 밖에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이 특정기업을 위해 정보활동을 한다는 것도 문제다. 국민들이 특정기업의 돈을 벌어주기 위해 세금을 내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러한 정보활동을 하다 발각될 경우 미국이 겪어야할 국제적 수모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것저것을 고려하다 보면 정보다운 정보는 수집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로버트 게이츠 CIA국장은 이런 점을 고려해 경제정보 활동지침을 만들었다. 첫째 CIA가 하는 정보활동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광범한 자료수집에 국한하고,둘째 세계기술의 흐름을 파악하며,셋째 제3국의 미국내 경제스파이 활동을 막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CIA는 세계의 원유수급전망·로봇산업현황·장래 등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분석해 돌리고 있다.
미 상원 정보위는 과연 미 정보기관이 어느수준의 활동을 해야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방향만은 CIA가 좋든 싫든 기업정보를 캐는데 깊숙이 개입할 수 밖에 없다는데는 의견일치를 봤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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