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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역사노래회 박문영회장|『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작곡|"어릴 때 힘찬 기상 심어줘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요즘 국민학생들중에 『한국을 빛낸 l백명의 위인들』이란 노래를 모르는 어린이는 거의 없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그 노래를 쉽게 부르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알고보면 그것은 노래를 만든 장본인인 어린이역사노래회 회장 박문영씨(40)가 어린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주는 일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애쓴 보람이다.
『아름다운 이땅에 금수강산에 단군할아버지가 터잡으시고 홍익인간 뜻으로 나라세우니 대대손손 훌륭한 인물도 많아…』 어린이들이 율동까지 곁들여 신바람나게 부르는 이 노래엔 광개토대왕·세종대왕은 물론 시인 윤동주와 화가 이중섭등 자그마치 1백여명이나되는 사람들의 이름이 들어가있어 노래를 듣는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어른들 뿐이에요. 우리 어린이들은 이 노래를 얼마나 좋아한다고요. 저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노래하는 것만 봐도 마음이 금방 즐거워집니다.』
박씨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자신이 지은 노래를 스스럼없이 「자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우리 민족성을 나약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는 박씨는 『그것은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우선 어린이들부터라도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하고 우리민족의 힘차고 현명한 민족정신을 깨닫게 하고 싶어 어린이들과 역사노래를 함께 부르게 되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특히 우리민족을 이끌어온 세가지 큰 정신을 노래에 담아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서로 돕고 살자는 홍익인간정신과 옳은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비정신, 그리고 형식보다는 내용과 실천을 존중하는 실학정신이 그것.
『힘차게 역사노래를 부르다보면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 되고 어느틈엔가 만주벌판을 달리던 조상의 씩씩한 기상을 느깔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박씨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그가 『독도는 우리땅』이란 노래를 지은 사람이라는 설명엔 금방 고개를 끄덕인다. 77년 서울대공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발전소설계를 하다가 방송국에 입사한 그는 KBS라디오에시 『황인용·강부자입니다』『밤을 잊은 그대에게』등의 인기 프로그램을 맡았던 프러듀서 출신.
어릴적엔 가족들과 찬송가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중학교땐 학교에서 실시한 작곡시험에서 1등을 차지해 바이얼린을 배울수 있는 특혜(?)를 누렸고 대학시절엔 「논두렁 밭두렁」이란 남성듀엣으로 노래도 불러 『영상』이란 노래를 히트시키기도 했다.
지난 82년에 작곡된 『독도는 우리땅』이 그의 역사노래 제1호.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불려진 그 노래는 박씨에게 역사노래의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주었다. 결국 그는 「민족적 자긍심 없이 표류하는 사회에서 우리를 이끌어가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온 끝에 90년7월 14년동안이나 몸담았던 「안정된」직장을 미련없이 떠났다.
그리고 퇴직금을 톡톡 털어 녹음스튜디오까지 갖춘 사무실을 마련했고 「어린이 역사노래회」란 간판도 걸었다.
그다음에 박씨가 착수한 일은 전국의 각 국민학교를 돌며 자신이 지은 노래들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일이었다.
박씨의 뜻을 이해한 각 학교측의 협조로 『한국을 빛낸 1백명의 위인들』 이외에도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민족의 등불 도산안창호』『달려라 소년 고주몽』등 역사노래의 세계로 많은 어린이들을 초대할수 있었다.
유치원교사였던 아내의 율동기도와 국민학교·중학교에 재학중인 두 아들의 응원이 그에게 큰 힘이 된것은 물론이다. 그는 또 91년2월부터 「어린이 역사노래 부르기대회」도 개최해왔고 그밖에 도서출판 바하의 대표로 『한국을 빛낸 1백명의 위인들』『한국을 지킨 33명의 영웅들』등의 책을 내 이미 많은 어린이들과 친숙해졌다.
최근엔 역사노래 보급의 일환으로 「어린이를 위한 역사노래」 테이프 1, 2, 3집과 그가 작곡한 30여곡의 노래가 수록된 『역사노래악보집』을 펴냈다. 이과정에서 그는 집까지 저당잡히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망하기야 하겠느냐』며 자신만만한 여유를 보인다.
오히려 고아원이나 벽지의 학교에 무료로 악보와 테이프를 보낼 계휙이라고 말했다.
엉뚱하게도 박씨는 또 사랑하는 연인의 대화형식으로 쓰인 감각적인 시를 써 『너랑 결혼하고 싶어』라는 시집을 발표하고 『어린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의 실종을 모티브로삼아 『정지마을에서 보내온 생텍쥐페리의 편지』라는 소설을 쓰는등 어린이역사노래와는 무관한 (?)일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하고싶은 일을 할 뿐이며 앞으로도 역사노래에 관한 일을 하는 틈틈이 소설과 시는 계속 써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대중가요의 감가적인 것에만 현혹되는 것은 어른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어릴적부터 정서의 균형을 잡아줘야지요.』라고 말하는 박씨는 요즘 이달중에 있을 역사노래캠프((514)6412)준비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린이들이 즐거운 놀이와 역사탐험을 할 수 있는 수련장인 「역사놀이동산」을 조성하는 것이 일생의 가장 큰 꿈』이라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이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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