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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밖] SG워너비 '국악 접목' 뜻은 좋았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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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얼마 전 사석에서 한 중견가수를 만났다. 대화가 무르익을 즈음 그는 후배들 얘기를 꺼내며 SG워너비의 신곡 '아리랑'을 꼬집었다. "한마디로 기가 막혔어요. 국악과의 접목? 그건 국악까지 망쳐놓는 거예요."

데뷔 3년에 앨범 4장을 발표하며 가요계 최고의 흥행메이커로 떠오른 남성 3인조 그룹 SG워너비. 최고의 보컬이란 찬사에 내놓는 앨범마다 대박이다. 그들은 4집 앨범에 대해 "타이틀곡 '아리랑'으로 국악가요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곡을 처음 들었을 때 '기가 막힐 정도'는 아니더라도, 대체 왜 국악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음악평론가의 생각을 들어봤다. "국악과의 접목? 취지는 좋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 했는가'다. '아리랑'은 흥행을 위한 냄새가 짙다. 가요와 국악을 제대로 섞으려면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아리랑'은 그렇지 않다. 10여 개의 국악기는 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는다. 국악이 병풍, 액세서리가 된 느낌이다."

SG워너비는 가요계를 획일화했다는 비난을 받는 '소몰이 창법'에 대해 고민했다지만, 그들의 창법은 여전하다. 감정을 쥐어짜듯 인상을 찌푸려가며 노래하는 게 여전히 부담스럽다. 또 다른 평론가는 "네 장의 앨범 스타일이 별반 다르지 않다. 같은 패턴의 반복이다. 바이브레이션으로 도배하며 울부짖는 창법도 그대로다"라고 지적했다.

SG워너비에게 최고가수로서의 예술적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들이대고 싶지는 않다. 상업성만이 지상명제가 된 오늘의 현실에서 대중적 팝그룹인 그들에게 도덕적 규범을 강요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그래도 가요계의 선도그룹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은 있다고 본다. '내 사람'에서 아이리시 음악을 도입하고, '아리랑'에서 국악을 끌어들인 것은 좋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오직 흥행을 위한 선택에 그쳤다는 비판을 극복하려면 '우리가 지금 왜 이 음악을 하는가'에 대한 철학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직한 음악이 나올 수 있다. 가수 김수철은 국악을 27년간 공부하며 대중음악과 국악의 만남을 시도했고, 남들이 인정하는 성과도 거뒀다. 그런 그도 "아직도 공부해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SG워너비는 '소몰이 창법'이 진실한 소리가 아닌 테크닉 소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성공 이후 수많은 아류가 나와 가요계가 '목장(牧場)'이 됐다는 비아냥마저 나왔다. "요즘 노래는 한두 번 들을 때는 괜찮은데, 몇 번 들으면 싫증이 난다"는 가수 윤수일의 말은 미디엄템포 발라드로 대표되는 획일적 창법을 비판한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다. SG워너비는 노래 부르기의 새 모범을 보여줄 때가 됐다. 변화에는 모험이 따른다. 또 그걸 넘어서야 '연예인'이 아닌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그룹명이 왜 SG워너비인가. 사이먼과 가펑클 같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뜻 아닌가.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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