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생 유지연 양...③ 필리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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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진학이 목표인 유지연(13)양은 ‘영어 완전 정복’의 꿈을 안고 지난 1월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지연이가 살고 있는 곳은 필리핀의 아얄라 알라방. 이 곳 기숙하우스에서 현재 22명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기숙사 기상시간은 오전 7시. 그러나 지연양은 늘 오전 5시 20분쯤에 일어난다. “규칙적으로 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는 적응이 돼 힘들지 않아요. 덕분에 일찍 일어나는 친구들이 5명이나 더 생긴걸요”
동 틀 무렵 잠을 깬 지연양은 수업시간 전까지 영어단어와 수학 공부를 한다. 그럼 수업 시간에는 어떤 공부를 하는 걸까.
“지난달까지는 하루에 9시간 30분씩 수업을 했다”는 지연양. 토플ㆍ말하기ㆍ작문ㆍ읽기ㆍ듣기ㆍ단어 등 4시간 30분 동안의 그룹 수업과 1:1 수업 3시간, 1시간 30분의 한국 수학 수업에 이은 영어 자습과 발음지도 수업이 2시간이었다.
국내의 초등학생에 비하면 놀랄 만큼 빡빡한 학습 스케줄이었다. 그러나 지연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4월부터는 수학ㆍ과학ㆍ미술ㆍ작문의 정규 교과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며 “주제를 갖고 토론하는 수업인데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연양은 그 중에서도 “과학수업이 제일 재밌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에 조기 유학을 온지 4개월이 된 지연양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하루에 10여 시간씩 진행된 강행군만큼 실력이 향상됐는지 궁금했다.
지연양은 “한국에서는 학원에서 공부할 때 말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내가 잘 하는지 어떤지 몰랐다”며 “여기(필리핀)에서는 주변이 전부 외국인이라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많고 실력이 아주 많이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토플 성적은 어떨까. 매달 토플 시험을 치른다는 지연양은 “세 번째 시험 때 두 번째보다 성적이 떨어져 실망했었는데 열심히 하니 다시 성적이 올라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연양은 스스로 “아직은 영어 실력이 많이 부족”하단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반년만 더 공부하면 실력이 아주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를 내 비쳤다.
지연이는 필리핀 유학 후 호주에서 6개월을 더 공부해 ‘영어 완전정복’을 이룬 후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필리핀 유학 3개월. 그야말로 영어에 ‘올인’하고 있다는 지연양에게 빡빡한 스케줄이 견디기 어렵지 않냐고 물었다.
“하루에 10시간씩 영어 공부 하려면 진짜 힘들어요. 그래도 영어 못하면 나중에 더 힘들어 질 것 같거든요. 특목고가 아니라도 지금은 세계화 시대잖아요. 정 힘들 땐 기숙사에 있는 수영장에서 맘껏 물놀이하면 기분이 나아지니까 괜찮아요”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yik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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