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라그룹 임원 감원바람/회장 부재중 14개계열사 20여명 전격통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경기침체속에서도 과감한 시설확장 등 팽창전략을 계속 쓰는 「역경영」으로 재계의 관심을 끌어온 한라그룹에 갑자기 임원 감원바람이 불어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한라그룹은 한라중공업의 상무이상 임원 20여명중 10여명을 포함해 계열 14개사의 이사이상 임원 1백60명중 20여명에 대해 3일 해임통보를 했으며 이번주중 이를 공표할 방침이다.
한라의 감량경영시도는 85년 1천3백여억원이었던 그룹매출을 지난해에는 1조2천억원으로 만드는 토끼뜀 성장을 해오면서 일체의 정리해고가 없었던 「오뚝이총수」 정인영회장(72·사진)의 스타일에 비추어 파격적인데다 그의 부재중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관심거리다.
89년부터 중풍을 앓고 있음에도 휠체어에 몸을 싣고 국내외 현장을 뛰어다녀 「휠체어 총수」로도 불리는 정 회장은 3개월간의 집중적인 침술치료로 『휠체어를 중국 양자강에 버리고 오겠다』며 지난달 19일 출국,중국 북경근교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지난달초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정몽국(39)·몽원(37) 두 2세 부회장체제가 효율적인 그룹성장을 겨냥해 던진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라는 오는 10월1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다만 부친 정 회장의 출국전에 이번 「정리」에 대한 부자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 회장이 팽창전략을 쓰면서 인재모으기에 열중한 나머지 그룹규모에 비해 임원이 너무 많다는데 공감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라가 매년 다소 힘겨운 시설투자를 계속하고는 있지만 자동차부품·시멘트 등 주력업종이 상승세를 여전히 타고 있어 떠나는 입장에서는 섭섭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김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