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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저 두행숙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인간이란 이 세상에 던져지는 그 순간부터 어떤 형태로든 수많은 인간들과 마주해야하고 또 그 틈 속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한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한 어느 철학자의 말도 결국 인간의 그같은 속성을 간파한 것이리라.
그런데 일상에서 한시도 서로 관계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그인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 근본을 제대로 알기란 무척 어려운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늘 많은 의문과 불안감 속에서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좀더 지혜롭게 세상을 살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것은 결국 우리 인간들의 속성을 깊이 성찰하고 잘 이해하는 일이겠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세상을 많이 살지 않은 젊은이들로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젊은 시절에 많은 독서를 통해 경험을 쌓기도 하고, 또 선지자들의 지혜로운 말씀에 귀기울이기도 한다. 그런 경험들이야말로 자신의 삶을보다 값지게 사는데 매우 소중한 등불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요즘 독서계의 큰 화제를 모으고있는 『세상을 보는 지혜』는 자신을 성찰하고 인간의 존재를 올바르게 이해, 삶의 지표를 세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리라고 본다. 이책에 「인간들이란 대체로 어떤 존재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삶인가」라는 문제들이 아주 명쾌하게 서술되어 있는 까닭이 그렇다.
이 책의 저자인 스페인의 작가이자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인간이란 「한없이 이기적이고 허영심에 차있으며 변덕스럽고 사악한 존재」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인간은 근본적으로 믿을 수 없는 존재이기에 그는 무엇보다 「냉철한 이성」을 지니고 자아와 인간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하자면 냉철한 이성으로 인간의 참모습을 살피고 이해하여 지혜롭게 자기 삶을 대처해 가야만 값지고 보람되게 살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을 지닌 책들을 찾으려면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요즘 이 책이 독서계에 가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저자의 성찰을 통해 제시된 인간의 지혜로운 삶의 자세에 대한 다양한 해명이, 구간의 이런 유형의 책들에서 흔히 보여준 철학적·추상적인 사변방식이 아닌 매우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자아상부의 위기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들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인간의 참존재에 대한 끝없는 의문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젖어있을 젊은이들에게 시원한 답을 제시해줌으로써 너무나 친근하고도 절실하게 와닿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은 핵심 중심의 경구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참으로 지혜로운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그 특유의 재치와 위트·역설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아주 흥미있게 읽히도록 엮어 놓았다. 더욱이 문제의 정곡을 찔러 삶에 관한 참된 지혜를 하나씩 명쾌하게 서술하여 모두 2백95개로 목록화한 것은 이 책만이 갖는 독특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경구 형식은 바쁘게 살아가야하는 현대인들의 구미에 딱 들어맞는다. 특히 길거나 복잡하고 지루한 것에 접하기 꺼려하는 비디오 세대의 감각에는 더 없이 적절할 것같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요즘연일 베스트셀러의 최상위권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오늘날 우리가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과 혼란을 겪고, 그래서 더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 이러한 현실에서 『세상을 보는 지혜』와 같은 책이 널리 읽히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기쁜 마음을 갖게 해준다.
자기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스러운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는 희망을 더많이 내포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행숙 옮김, 도서출판 둥지간, 4천2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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