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림 감리가 화근/신행주대교 붕괴/퇴직공무원에 「예우」로 맡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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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장 상주않고 겉핥기 점검/벽산에선 작년 결함 발견하고도 강행
신행주대교 붕괴사고는 공사발주·입찰·설계선택·하도급·감리 과정 등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이번 사고가 예정됐던 것이나 다름없는 또하나의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건설부사고조사반과 민주·국민당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국은 국내에서 처음 도입되는 콘크리트 사장교방식을 충분한 기술적 검토없이 벽산건설측의 제안서만으로 선정,공사를 주었고 공사진행중 제대로 안전여부 점검 및 감리조차도 하지 못해 무리한 「모험시공」을 하다 사고를 부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벽산측은 지난해 5월 시공중 결함이 드러나 6개월간 공사가 늦어졌는데도 연말준공을 독촉하는 당국의 강요와 공사비 절감을 위해 공기단축을 강행하다 사고를 빚었다.
◇감리=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건설부출신 퇴역공무원들이 만든 「건설진흥공단」을 공사감리자로 선정,안전공사에 가장 중요한 감리가 퇴역선배들에게 「경제적 예우」를 해주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공사기간중 이들 감리요원들은 상주감리계약을 맺고 매일 일당을 받아갔으나 정작 공사현장에는 일주일에 한번꼴로 방문,그저 둘러보고 가는 것이 전부였다고 현장관계자들은 설명.
또 교량건설이 오스트리아 기술진의 주도아래 국내에선 처음 도입된 공법으로 이뤄진 탓에 상대적으로 기술수준이 떨어지는 이들은 공정에 개입하기를 애당초부터 기피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토관리청소속 공무원 2명이 이들 대신 공사현장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형식적인 점검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모험공사=87년 당시 건설부가 자체 설계한 안에는 신행주대교를 서울 원효대교에서 사용한 디비닥공법으로 시공하게 돼있었고 콘크리트사장방식은 아예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입찰과정에서 국내기술이 축적돼 있지 않고 대형사고의 위험이 큰 ILM공법과 콘크리트 사장교형식을 제시한 벽산측의 설계안이 받아들여져 공사가 벽산에 대안입찰방식으로 낙찰됐다.
벽산측은 특히 지난해 5월 ILM공법으로 신행주대교 남단에서 시공도중 하자가 발생,이 구간의 공사가 6개월이상 지연돼 올해말로 예정된 완공시기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기단축을 서둘러왔다.
벽산측은 또 입찰뒤 대형건설업체인 Y건설에 하도급을 줬다가 『Y건설업체같은 큰 업체에 하도급을 준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입찰과정에서 경쟁업체였던 Y건설과 벽산측이 담합,당국으로부터 수의계약형식으로 공사를 따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88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돼 같은해 6월 Y건설이 하도급업체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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