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 연쇄붕괴/“어떻게 이런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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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행주대교도 무너져… 졸속공사 표본
39일 경남 남해 창선대교 붕괴사고에 이어 31일 오후 6시55분쯤 경기도 고양시 신행주외동과 서울 개화동을 잇는 신행주대교가 연말준공을 앞두고 시공중 무너졌다.<관계기사 22,23면>
작업이 끝난 시간이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콘크리트 사장교 2개의 주탑중 1개가 부러지고 8백여m 구간 상판이 내려 앉았으며 상판위에 쌓아둔 수십억원어치 자재·장비가 수장되는 등 큰 손실을 입었다.
무엇보다 공사를 다시할 경우 준공까지는 4∼5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일산·중동 등 신도시 건설에 맞춘 수도권 일대 교통망 확충개선 대책이 빗나가 연쇄적인 파급영향이 우려된다. 또 그동안 해외건설 등에서 쌓아올린 건설업계의 기술력과 신용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88올림픽을 계기로 선진도약을 다짐해온 처지에서 이같이 어처구니없는 연쇄교량붕괴 사고는 정권교체기 사회전반의 기강해이와 맞물려 사전·사후 대처 등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을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대참사」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구조적 비리로 지적되어온 각종 건설공사의 부실에 대수술이 가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신행주대교에서도 지금까지 대형사고가 날때마다 수없이 지적돼온 안전관리 소홀,무리한 공사강행 등 인재의 요소가 드러나고 있다.
이번 공사의 경우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최신공법인 탓에 기술적 수준차이로 안전진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채 외국인 기술자에게 공정을 전적으로 의존해온 것이 사고의 직접요인으로 지적됐다.
벽산측의 자체 안전진단 요원들은 물론 감리를 맡은 건설진흥공단과 우대기술단 인원들도 공법상의 하자를 평가할 만한 수준에 못미처 사실상 겉핥기식 진단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건설부가 교량의 부실시공을 우려,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와 공동으로 대대적인 안전진단을 벌였으나 공법이나 각 구조물의 상태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못하고 형식적인 진단만을 했을 뿐이다.
교량상판을 매달기위해 필요한 1백20t의 사장재를 상판위에 방치해두는 비상식적 일이 오스트리아 기술진도 문제삼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모두들 그대로 지나쳐 버렸고 이는 결국 이번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또 지난해 건자재 파동 등을 겪으면서 공사가 갈수록 늦어지자 공기를 맞추기 위해 공사를 서둘러 온 점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건자재난은 불량자재의 유입을,인력난은 무경험 노동인력의 고용을 의미한다고 볼때 이 또한 공사를 졸속으로 이끌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한강에 건설된 교량이 미적감각이 없다』는 지적에 너무 민감히 반응,80년대들어 안전·기능보다도 모양새나 최신공법을 편애해왔다.
한마디로 최고도의 기술과 안전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교량사업을 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기술축적이나 실제 성공가능성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욕심」만 낸 것이 이번 사고의 발단이었던 셈이다.
또 수없이 되풀이되는 대형사고에도 불구,근본적인 대책이나 장치마련없이 슬그머니 넘어가는 정부자세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이효준·이훈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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