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밀양의 여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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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03면

사진 박종근 기자

지금은 ‘이 주의 인물’이지만 나중엔 ‘올해의 인물’로도 손색없을 듯하다. 배우 전도연에게 2007년은 분명 잊기 힘든 최고의 해가 될 테니까. 지난 3월 결혼에 이어 새 영화 ‘밀양’으로 벅찬 찬사를 받고 있다. ‘생애 최고의 연기’라는 상찬이다. 개인으로도, 배우로도 절정에 선 느낌이다.

영화배우 전도연

‘밀양’의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로 레드 카펫도 밟는다. 모든 배우의 궁극의 꿈인 자리다. 해외 유명 영화제는 처음이라 세계 영화계에 신고식을 치르는 자리이기도 하다. ‘밀양’은 24일 칸에서 공식 상영된다. 국내 개봉도 같은 날이다.

‘밀양’에서 전도연은 유괴로 아들을 잃고 벼랑 끝에 선 여자를 연기한다. 이창동 감독에 따르면 “어쩔 수 없이 살아내야 하는 여자”다.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자의 숙명을 담은 연기다. 매번 자신을 내던지며 놀라운 근성을 과시해온 그녀지만 데뷔 16년 만에 처음 촬영을 포기하기도 했다.

호평은 이미 국경을 넘었다. ‘LA위클리’는 “기복이 심한 감정의 흐름 속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대범함, 연기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정형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라는 찬사를 보냈다. ‘버라이어티’는 ‘칸의 미래를 끌어갈 핵심 인물 60인’에 전도연을 포함시켰다. “한국 영화계가 그동안 숨겨두었던 신비로운 연기력의 소유자가 공개된다”는 소개와 함께다. 60인 중 배우는 송강호(‘밀양’), 조지 클루니, 중국 배우 강문 등 7명이다.

전도연은 영화잡지 ‘씨네21’이 최근 실시한 영화인 설문조사에서도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 3위, 티켓파워 7위에 올랐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는 송강호, 황정민 다음. 여배우 가운데 최고 연기력이다. “여배우 중 연기 스펙트럼이 가장 넓다” “인간미와 신비감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이영애ㆍ김혜수와 함께 충무로를 이끄는 트로이카지만 시골 소녀(‘내 마음의 풍금’ ‘인어공주’)에서 아이에게 벌레 든 우유를 타 먹이고 정부에게 달려가는 불륜녀(‘해피 엔드’)로 직행하기는 그만 한 이가 없다. 여성 액션 누아르(‘피도 눈물도 없이’), 사극(‘스캔들’), 신파 멜로 (‘너는 내 운명’) 등 장르도 종횡무진했다. 도저히 하나로 꿰기 힘든 천의 얼굴이다.

전도연은 ‘밀양’의 촬영 후반부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모든 것을 잃은 여자를 연기하며 지친 마음에 남편이 큰 위로가 됐다”는 고백이다. ‘밀양’ 덕분에 생의 반려자까지 만난 셈이다.

출국을 앞두고 내친김에 여우주연상까지 노려봄 직하다는 덕담이 쏟아졌다. “나중에 실망감을 어찌 수습하시려는지… 호홋. ” 말꼬리는 흐리는 데도 입매는 절로 올라갔다. 평소에도 웃음 많은 그녀지만 최근에는 콧소리가 한 톤 더 높아졌다.
사실 수상이야 대순가. 이 작은 체구의 배우는 이미 큰 연기로 세상을 얻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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