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 1호 사거리 3200㎞ 넘는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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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달 25일 평양에서 연 인민군 창건 75주년 행사에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처음 공개했다. 미국 미사일방어국은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3200㎞를 넘는다고 밝혔다. [북한 방송화면 촬영 AP=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25일 군 창건행사에서 첫 공개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s:IRBMs) '무수단 1호'는 사거리가 320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미국 미사일방어국(MDA) 퍼트리샤 샌더스 부국장보가 17일 밝혔다. 한반도는 물론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미군기지, 그리고 미국령 괌 주변까지 공격권에 넣을 수 있는 사거리다.

샌더스 부국장보는 미 국방대학 강연에서 "북한이 2000년대 초반부터 새 미사일을 개발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무수단 1호의 사거리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애초 정보당국은 이 미사일의 사거리를 2500~4000㎞로 추정했다.

북한 측은 이 미사일의 이름을 외부에 밝힌 적이 없으며, 미 정보당국은 탄도미사일 발사장이 있는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지명을 따 무수단 1호로 부르고 있다.

샌더스 부국장보는 "지난해 7월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때 우리는 그들의 미사일 개발 능력이 진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들은 같은 미사일 부품으로 대포동 2호(사거리 6000㎞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를 개발하는 등 사거리를 늘려 왔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은 효과적인 미사일 개발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최근엔 알찬(solid) 기술까지 보유하게 됐다"며 "그 점이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란에서 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는 소문을 확인해 달라는 기자들에게 "북한이 대리 국가들(surrogate countries)을 통해 여러 차례 발사 실험을 했다는 관측이 많지만 무수단 미사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게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정치.경제.군사정보 전문회사 스트래트포는 "북한이 이란에서 무수단 1호를 시험 발사했다면 이를 이란 등에 팔기 위한 것이거나 이미 판 미사일의 성능을 시험한 것일 수 있다"고 17일 주장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평양은 2000년 무수단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 2003년 실전 배치했다.

무수단 1호는 소련이 잠수함 발사용으로 개발했던 'SS-N-6 서브'(나토명, 러시아명은 R-27)를 입수해 성능을 대폭 개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는 대포동 1호(사거리 2200㎞ 정도)보다 길고, 지난해 7월 첫 시험 발사했던 대포동 2호(6700㎞쯤으로 추정)보다는 짧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미 상원 군사위원회 증언에서 "북한이 괌과 알래스카에 있는 미군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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