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만 쏙 빼고 야구 중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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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프로야구 현대의 경기를 좀처럼 TV에서 볼 수가 없다. 현대는 18일 현재 33경기를 치렀다. 한 시즌(126경기)의 4분의 1 이상을 소화했다.

그러나 현대 경기는 KBS N을 통해 단 세 차례만 중계방송됐다. 롯데(17회)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세 차례 중계도 삼성과의 3연전이어서 삼성 중계의 측면이 강하다.

◆ "너무하잖아"

"당신들이 3시간 넘게 (포털 사이트에서) 문자중계 봐봐라."(현대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

"KBO(한국야구위원회)나 방송사나 현대가 잘하는 걸 싫어하나 봅니다. 경기장 수익도, TV 시청률도 현대가 (플레이오프) 올라가면 망치니까요."(포털 게시판)

현대 팬들은 아우성이다. '형평성을 살려 달라'는 것이다. 매각 위기에 처한 현대는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현대 고위 관계자는 "현대가 구단을 매각하면 60명의 현대 1.2군 선수 중 몇 명이 살아남을지 모른다. 그래서 선수들은 더 열심히 한다. 눈에 띄고 싶어한다. 그런 심정을 (방송사들도) 좀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시청률 0.284%의 딜레마

"지난 시즌 MBC ESPN 시청률 통계를 보면 KIA.롯데의 경기가 상위권이다. 시청률 하위 30%의 7할을 현대 경기가 차지하고 있다. 가장 낮은 시청률은 0.284%였는데 역시 현대 경기였다."

전혜진 MBC ESPN 홍보 담당의 설명이다.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SBS 스포츠의 동민준 PD는 "방송 3사가 중복되지 않게 경기를 맡아 진행한다. 1주일치 계획을 짜다 보면 한 경기는 빠지게 된다. 고정 팬이 많은 팀이 어디인가를 많이 고려한다"고 말했다.

KBS N의 신혜경 PD는 "제작진이 '좋은 그림'을 잡을 수 있는 경기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의 홈인 수원 구장은 카메라 워킹 등 제작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관중 동원도 큰 변수다. 사직이나 잠실같이 1만5000명 내외의 관중이 꾸준히 들어오는 경기장에서는 흥미로운 영상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평균 관중 2469명(최하위)의 수원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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