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영국식 유머로 풀어 낸 일상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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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세상을 비추는 경제학
존 케이 지음, 김준술 옮김
베리타스북스, 196쪽, 1만3900원

경제학은 딱딱하다? 복잡한 미적분 공식만이 경제학의 줄기? "오우, 노우(No)"다.

컴퓨터 자판을 보면 'QWERTY'식으로 철자가 나열돼 있다. 왜 일까. 윔블던 테니스 경기의 암표값은 200만원이다. 이 가격은 적정한 가격일까.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에 현금을 꼽는 이유는 뭔지, 만리장성 건설의 위업을 이룬 중국 경제가 서유럽에 뒤처진 까닭은….

경제는 생활이다. 거창하고 장황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피부로 접하는 일상에서 경제원리를 찾으면 된다. 저자는 일상에 숨어있는 바로 그 원리를 영국식 유머로 파헤치고 있다. 직업이 교수라 텁텁한 글일 것이라고 짐작하면 오산. 글이 매우 맛깔스럽다. 그는 최고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출신이다. 이 책을 옮긴이도 경제학을 전공하고 10년 간 경제현장을 누빈 언론인이라 글맛이 여간 좋은 게 아니다.

특히 지은이는 책 구석구석에 역사의 에피소드를 열거했다. 예컨대 경제가 좋아지면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당이 재선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고는 영국 보수당.노동당의 역사를 들어 경제성장과 대선 승패간의 상관관계는 별로 없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결국 경제학적 사고와 습관, 제도적 차이가 국가와 개인의 부(富)를 가른 뿌리였다고 웅변한다. 그렇다면 경제원리는 만병통치약인가. '경제학 맹신'의 위험은 늘 경계의 대상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도 실은 희곡 '멕베스'에 등장한 말로, 인간의 욕망에 대한 경고였다니 말이다.

지은이는 한국어판 특별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이야말로 경제학에 대한 나의 믿음과 확신을 웅변해주는 나라다." 세상 곳곳을 비추는 횃불과 같은 경제학의 참 모습이 한국의 눈부신 발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뜻이다. 그러고보니 책 제목이 '세상을 비추는 경제학'이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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